오아시스, 알짜 경영으로 현금성자산 1490억

인수시 변제율 0.8% 추정…채권단 만족 못할듯

위메프 LOI 낸 BBQ도 주목…득실 따져볼 계획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 시민이 티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 시민이 티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지난해 1조원대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고, 원매자를 기다리던 위메프도 BBQ가 인수의향을 밝히면서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정산금 회수를 원하는 채권단을 설득하기까지 난항도 예상된다.

티몬 품는 오아시스, 자금력 여유…채권자 설득이 중요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171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8.8%, 영업이익은 76.4%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도 보이고 있다. 매출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10년 연속,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성장세다.

오아시스는 2018년 온라인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을 선보이며 신선식품 새벽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보다 3년 늦게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선 드물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도권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연계를 통한 재고 효율화, 상온·냉장·냉동 합포장 물류센터 등을 통한 알짜 경영이 ‘나홀로 흑자’의 비결이다.

오아시스는 그간 흑자 경영을 통해 넉넉하게 쌓아둔 현금 곳간을 활용해 티몬 인수대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티몬 인수대금은 116억원이다. 미지급 임금, 퇴직금 채권 등을 포함하면 181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오아시스의 현금성 자산이 작년 말 기준 1490억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채비율은 42%, 유동비율은 324% 수준으로 재무여력 역시 양호하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디딤돌로 삼아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법원은 “오아시스마켓은 직매입 판매로 물류 효율화를 최상으로 추구해 왔던 만큼 오픈마켓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티몬에 물류 경쟁력을 입혀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단 설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낮은 변제율이 걸림돌이다. 법원에 따르면 오아시스 인수를 포함한 회생계획안이 통과될 경우 일반 회생채권의 변제율은 0.8% 내외로 추정된다. 티몬 파산 시 청산 배당률인 0.44%보다 높지만, 미정산 피해를 보상받기엔 부족한 비율이다.

오아시스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인가된 변제계획에 따라 인수대금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추가로 운영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6월로 예고된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채권자 3분의 2 이상,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인철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오는 17일 채권자협의회와 만날 예정이고,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티메프 판매자·소비자 연합)에도 미팅을 제안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기다린 만큼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가격은 시장의 판단인 만큼 달리 대안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마켓 사옥 [오아시스마켓 제공]
오아시스마켓 사옥 [오아시스마켓 제공]

위메프 인수도 탄력 받을까…BBQ, 득실 계산 중

원매자를 찾지 못해 지지부진하던 위메프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가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BBQ는 지난 4일 위메프에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다른 국내 기업도 관심을 보였지만, 아직 LOI를 내진 않았다. 위메프는 티몬과 마찬가지로 인수예정자를 선정하고,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된다.

BBQ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061억원, 영업이익 857억원으로 매출이 5000억원을 웃돈다.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11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3% 급증했다. 순차입금이 175억원에서 75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도 293억원에서 1077억원으로 늘어 추가 차입 여력이 있다.

문제는 위메프 인수 이후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다. 위메프는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직전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가 430만명에 달했다. BBQ 입장에서는 고객 접점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오아시스와 달리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는 점, 또 사태 이후 위메프 고객 기반이 쪼그라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득실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인수 의향을 접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위메프 인수가격은 티몬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네이버 양강 체계로 공고화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사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종 간 결합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