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
연평균 56명, 총 403명, 총 289회 무대
조성진, 선우예권도 음악 커리어 쌓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5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 라이징 스타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와 멘델스존 6중주를 했어요. 그때부터 조성진 씨는 너무도 뛰어났지만, 지금은 더 훌륭한 청년으로 자란 것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껴요.”
1회부터 20호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무대에 섰던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지난 긴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평균 56명, 총 403명, 장장 289회. 2006년 ‘음악을 통한 우정’을 기치로 출범, 그 어렵다는 실내악의 지평을 넓혀온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올해로 ‘스무 살’ 생일을 맞았다.
우스갯소리로 “연주자만 빼고 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실내악만을 주인공을 삼은 이 축제는 해마다 4월 지난 20년간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관객과 만났다 .
혈혈단신 이 축제를 이끌어온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한국에서 실내악 전문 축제를 열고 싶다는 생각, 실내악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20년간 축제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20년은 한국 실내악의 역사이기도 하다. 축제가 시작되던 2006년만 해도 피아노와 바이올린 독주회나 관현악 무대로의 관객 쏠림 현상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 사이 노부스 콰르텟을 시작으로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등 MZ 실내악단이 속속 등장해 전 세계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다.
강 감독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20년 전과 비교하면 좋은 연주자가 많이 나왔고, 연주 수준도 높아졌다”며 “간접적으로라도 우리나라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함께 하는 연주자들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20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동석 예술감독’에게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강동석 선생님이 구심점 역할을 해주셨기 때문에 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축제를 이끌기 위해선 음악가도 사업가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축제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이 추구하는 음악적 이상을 많은 음악가, 후원자들이 따르고 있어서다. 강동석 예술감독이 곧 SSF이고, SSF의 색깔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4월 22일~5월 4일까지)는 ‘20 캔들스’(20 Candles)를 주제로 삼았다. 이 축제의 강점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다채로운 프로그램, 지겹도록 들어온 프로그램이 아닌 ‘진흙 속 진주’를 캐내듯 색다른 음악을 발굴해 펼쳐낸다.
스무 살 생일을 맞아 ‘20’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공연을 마련했다. 20명의 음악가가 출연하는 공연, 작품번호 20번이 붙은 곡 등 기발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공연이 많다.
강 감독은 “요즘은 유튜브에 연주 영상이 정말 많이 올라와서 곡을 찾는 일이 쉬워졌다”며 “관객이 처음 듣는 곡에서도 만족하고 감동할 수 있는 곡을 찾기 위해 여러 번 들어보곤 한다. 균형 잡힌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축제를 찾은 연주자 프랑스 출신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을 비롯해 리수스 콰르텟,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 69명이다. ‘실내악 장인’이라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 김영호,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조영창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한수진은 물론 ‘미래의 스타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김상진은 “2017년 선우예권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직전 축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콩쿠르 앞두고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일주일 뒤 우승으로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며 “젊은 연주자들이 유명해지기 전 SSF를 통해 실내악 경력을 쌓았다는 점이 축제의 자랑”이라며 웃었다.
지난 20년을 발판 삼아 나갈 20년의 목표는 단연 실내악의 저변 확대다. 지속가능한 축제로 이어가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 확보도 중요하다. 해마다 멈추지 않고 축제를 이어가지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경우 자금 지원이 축제 직전 확정돼 장기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한다.
강 예술감독은 “멀리 바라보는 계획은 세울 수 없어도 안정된 토대에서 축제가 계속되길 바란다”며 “한국에서 실내악이 전성기를 맞을 때까지 앞장서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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