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 이재훈 회계사

가상자산은 이제 주요 투자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상자산 투자자는 7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거래금액만 적게는 6조원, 많게는 20조원을 웃돈다. 그러다보니 불공정거래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시세조종, 허위광고, 미공개정보 이용, 투자사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투자자들은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前)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이었던 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 前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 조사분석팀장을 지낸 이재훈 회계사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편집자주]

[챗GPT를 이용해 제작, 해당 그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챗GPT를 이용해 제작, 해당 그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어느 날, A 가상자산거래소 직원 갑은 모니터에 뜬 ‘P코인 상장 확정 메일’을 보며 씨익 웃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정보는 아직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말 그대로 ‘돈되는 정보’였다.

그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B 거래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 그는 이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이미 P 코인이 상장돼 있던 B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을 매수했다. 이후 A거래소에 P코인이 상장되자, 상장 효과로 약 2배 가까이 가격이 급등했고, B거래소에서도 연이어 시세가 상승했다. 갑은 상승한 가격에 P코인을 매도해 수 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과연 어떤 정보가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자본시장에는 공시 제도가 구축돼 있어, 정보의 공개 여부와 중요성을 판단할 뚜렷한 기준이 존재한다. 즉, 대체로 공시대상 정보를 ‘중요정보’로 보고, 위 정보가 공시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가상자산시장에는 이와 같은 공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거래소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운영되며, 초국경적 성격 탓에 국가 간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 또한 실질적으로 어렵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자본시장과 달리 가상자산시장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의 개념 자체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에서 주식의 가치는 영업이익, 현금흐름, 사업위험 등 구체적인 수치와 리스크를 기반으로 평가된다. 현금흐름할인법(DCF)이나 상대가치평가 모델 등을 통해 지분가치를 산정할 수 있고, 이 가치에 영향을 주는 정보는 곧 중요정보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미래의 매출과 이익 증가로 연결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반면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수익활동 기반조차 없기 때문에, 그 가치 역시 기대 심리와 시장 분위기에 좌우된다. 매출이나 이익이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재무모형으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어떤 정보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인지도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상자산시장에서 ‘대형 거래소에 신규상장된다는 정보’는 확고한 미공개중요정보라고 볼 수 있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사실만으로 가상자산의 내재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성 정보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서 투자하게 되면,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로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시장보다 한 발 앞선 정보는 늘 매력적이지만, 그 대가가 무거운 법적 책임일 수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