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사의를 밝히며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이후 현장 취재기자들이 ‘반성문’까지 올리며 심화됐던 내부갈등이 김 보도국장의 발언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습이다.
김 국장은 9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논란이 됐던 발언들을 해명한 뒤 “보도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KBS 사장은 언론 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인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도 독립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은 우리나라 민주정치가 5년 단임제를 기반으로 뿌리를 내렸듯이 단임제로 돼야한다. 사장 임기는 보장돼야 하며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위해 노조의 신임 투표를 철폐하고 보도본부장 임기 3년도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김시곤 보도국장의 ‘교통사고와 세월호 사망자 수 비교’ 발언이 논란을 빚으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공분을 사자, 그에 대한 해명의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전날이었던 지난 8일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이준안 취재주간이 조문차 안산의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가족들과 마찰을 빚었고, 이에 유가족은 김 국장의 파면과 길환영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KBS를 항의 방문했다.
김 국장은 이에 “지난달 28일 점심식사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였다. 이를 계기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시리즈물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교통사고의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두 사안을 비교한 발언도 아니었으며, 경중을 따지는 발언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인 발언에 대해 해명한 뒤 김 국장은 “언론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보도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말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들끓게 된 KBS의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 독립성 문제를 끌어올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과정에서 KBS의 내부갈등은 깊어졌다. 앞서 지난 7일 세월호 사고를 취재했던 KBS 38~40기 기자들이 자사 보도 등에 대한 반성문과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후 PDㆍ아나운서ㆍ기술직을 포함한 38기 전원, 24기 라디오 PD를 비롯해 기술인협회ㆍ경영협회ㆍPD협회가 길 사장과 간부들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왔다.
김 국장은 보직을 떠나기로 결심하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보도 독립성’을 언급했고, 이날 밤 JT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길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에 통제를 가했다. 한 예로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며 “길 사장이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 당연히 권력은 지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길환영 KBS 사장은 이날 KBS 앞에서 항의하던 유가족들이 모여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방문해 “KBS와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으로 상처를 준 데 대해 보도국장의 지휘ㆍ감독 책임을 진 사장으로서 사죄한다”며 유가족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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