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우크라 대사 “전면 휴전안도 수용”

미·러 12시간 마라톤 협상 종료 후 밝혀

부분휴전안, 흑해곡물협정 등 집중 논의

전황 유리한 러시아가 수용할지 관건

러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동영상 캡처본으로, 러시아 대표단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미국과 12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마라톤 협상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EPA]
러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동영상 캡처본으로, 러시아 대표단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미국과 12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마라톤 협상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크라이나가 현재 미국과 논의되고 있는 ‘30일 부분휴전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전면 휴전안까지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옥사나 마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가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서 “우리는 그것(전면 휴전안)을 진심으로 수용한다”며 “춤을 추려면 상대가 있어야 한다. 러시아도 이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카로바 대사는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대표단이 이날 우크라이나 휴전 방안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서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담을 마친 뒤 이런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한 회담은 오후 10시 30분께 종료됐다. 이는 올해 미국과 러시아가 진행한 대화 중 최장 기록이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3차례 휴식하며 장시간 대화에 임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회담 의제의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로 합의한 부분휴전안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부분휴전안에 합의하면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대한 공격을 향후 30일간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부분휴전안에 대한 동의를 받아뒀다.

하지만 이날 마카로바 대사가 전면 휴전안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러시아 측만 동의하면 전격적인 휴전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현재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가 별다른 동인 없이 전면 휴전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미러 협상에서 휴전안 외에도 흑해 곡물 운송도 중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회담 도중 브리핑에서 “흑해로 휴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회담에서 흑해곡물협정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회담 결과에 대한 양국 공동성명이 25일 크렘린궁과 백악관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회담을 마친 뒤 현장 기자들에게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고 이동했다.

한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회담이 ‘긍정적 분위기’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키스 켈로그,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앤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에선 그리고리 카라신 상원 국제문제위원장,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국장고문 등이 나왔다.

소련 시절인 1972년부터 외교관 경력을 쌓은 카라신 위원장은 주영국 대사와 외무차관 등을 거쳐 2019년부터 상원 의원을 지냈다.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은 2021년부터 맡고 있다.

베세다 고문은 FSB에서 해외 작전을 담당하고 외국 정보기관과 협력 업무를 하는 제5국 국장을 2009년부터 15년간 지냈다.

FSB 제5국 소속 요원들은 해외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무역 공관 등에서 활동한다.

2022년에는 베세다 고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위한 정보 수집을 담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혁명’ 기간에 키이우에서 목격됐다는 보도도 있다.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러시아가 가입한 국제 조직 활동에도 관여했던 그는 지난해 70세의 연령과 군 복무기간 만료로 은퇴했다가 그해 여름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FSB 국장의 고문으로 임명됐다.

카라신 위원장과 베세다 고문은 모두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한편,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회담에 하루 앞서 리야드에서 약 5시간 동안 회담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끄는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서 “논의는 생산적이고 밀도 있었으며, 우리는 에너지를 포함한 핵심 사안들을 다뤘다”고 언급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