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간 협상이 물꼬를 텄다. 18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양측간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까지 종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피해국이자 당사국이지만, 종전 협상은 미-러 주도로 이뤄져 시작 단계에서는 배제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영토와 전쟁 피해 재건에 있어 정작 당사국의 목소리가 무시되고 미국과 침략국의 이해만 반영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있어 ‘한국 패싱’ 가능성이 제기된 마당이라 우리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종전 논의를 위해 푸틴 대통령을 “매우 곧”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앞서 양국 정상은 12일 통화하고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속 조치가 사우디에서의 양측간 고위급 회담이다.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위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사우디를 방문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사우디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가자지구 휴전 뿐 아니라 미러 간 종전협상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미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키스 켈로크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크라이나를 안심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 주요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7일 파리에서 긴급 회동해 비공식 회의를 가졌는데,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의 참여와 유럽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등 러시아 점령 지역의 완전한 수복을 요구하고 있고, 러시아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최근 휴전 후 미군 배치를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했다는 유력 언론 보도도 나왔다. 독자적인 전쟁 수행과 종식이 어려운 우크라이나로선 종전 협상이 자칫 자국 영토와 자원을 다른 나라의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국민들이 피흘린 대가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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