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블랙아이스(도로살얼음)로 인해 경기도에서만 차량 130여 대가 추돌해 19명이 부상했다. 블랙아이스 사고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차량 47대가 추돌해 사상자 49명이 발생했고, 2023년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차량 40여 대가 추돌해 사상자 27명이 발생했으며, 2024년 세종시 교량 2곳에서 차량 37대가 추돌해 사상자 14명이 발생했다.

블랙아이스란 도로 위에 생긴 얇고 투명한 얼음막으로 육안으로 인식하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블랙아이스 사고 운전자 대부분은 ‘도로가 젖어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블랙아이스 교통사고 사상률은 눈이 쌓인 노면 사상률보다 약 1.7배 높다(미국 애크런 대학).

이처럼 위험한 블랙아이스도 알면 피할 수 있다. 먼저 블랙아이스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자. 블랙아이스는 녹은 눈이 재결빙될 때, 어는비가 내릴 때, 안개·서리에 의해 발생한다. 구리포천고속도로 사고는 녹은 눈이 재결빙되어 발생했고,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는 어는비에 의해 발생했으며, 세종시 교량 사고는 안개·서리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 1월 14일 사고는 복합 요인(강수, 안개)에 의해 발생했다.

눈이 내릴 때 제설제를 살포하더라도 약 3시간이 지나면 녹은 눈이 다시 얼 수 있고, 갓길로 밀어낸 눈이 낮에 녹았다가 새벽에는 다시 얼 수 있다. 실제로 구리포천고속도로 사고 발생일에도 오전 10시까지 약한 눈이 내렸고 도로관리기관에서 제설제를 살포해 눈이 모두 녹은 상태였다.

하지만 눈이 그친 후에도 날씨가 계속 흐렸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습도가 100%에 가까웠다. 녹은 눈이 재결빙되기 쉬운 날씨였다. 결국 밤 9시 15분경 사고가 발생했다.

어는비는 기온의 역전층으로 인해 발생한다. 기온 역전층 발생 시 눈이 내리다가 녹아 비로 변한 후(상공 약 800∼1500m) 빗물이 닿는 노면이 영하일 경우 노면에 닿자마자 바로 얼어버린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일 새벽 2시부터 약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사고가 발생한 새벽 4시 40분경 지상 기온은 약 영하 2℃였다. 교통량도 적어 내린 비가 도로에 얼어붙기 적합한 조건이었다.

짙은 안개가 낀 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 안개가 노면에 얼어붙어 무빙(霧氷)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세종시 교량 사고일에도 짙은 안개가 꼈고, 습도가 거의 100%였으며, 기온은 약 영하 5℃였다. 무빙 발생 최적의 조건이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하천 위 습기 유입으로 더욱 짙어진 안개가 교량 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실제로 사고 발생 초기 사진을 보면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교량이 하얗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블랙아이스 사고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기상예보와 자동차 계기판에 있다. 겨울철에는 눈 예보뿐만 아니라 비와 습도 예보도 항상 확인해야 한다. 비가 내리거나 습도가 90% 이상으로 상승하고, 자동차 계기판 온도가 4℃ 이하이면서, 노면에 습기가 있는 경우 블랙아이스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때는 50% 감속하고 차간 거리를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감·가속 패달을 서서히 밟는 것도 꼭 명심해야 한다.

장진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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