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수녀들’ 전여빈, 송혜교와 열연
“우상 송혜교와 같이 연기해 영광”
후반부 처절한 연기, 관객 눈길

“다치고 넘어지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나를 던져 한 장면을 완성했다’는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껴 좋았습니다.”
검은 수녀복을 입은 똘망똘망한 눈동자의 그녀. 뭔가 두려워하는 듯 보이지만, 할 일이 주어지면 강단있게 해내고 마는 미카엘라 수녀로 배우 전여빈이 돌아왔다. 영화 ‘검은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전여빈을 만났다.
전여빈은 ‘검은수녀들’에서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과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했다.
그는 “작년 연말 ‘하얼빈’, 연초 ‘검은 수녀들’이 가까이 붙어 개봉하니 한 선배가 ‘영화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좋은 영화 두 편을 세상에 내놓다니 네가 참 부럽다, 응원한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극중 워로맨스를 보여주는 송혜교는 전예빈의 학창 시절 우상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우상이었던 배우와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작품 안에서도 그저 큰 나무같은 혜교 선배에게 기대면서 연기를 하니 유니아에게 점차 의지하는 미카엘라가 되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미카엘라는 태어나면서부터 귀신 씌인 아이, ‘귀태(鬼胎)’라고 프레임 씌워진다. 미라엘라도 진실한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을텐데 유니아가 ‘너도 제법이다’라는 식으로 인정하니 신나게 타로카드를 펼치지 않나. 그 순간이 미카엘라에게 ‘해제’의 순간이겠구나 싶었다.”
‘검은 수녀들’은 이처럼 톱스타 송혜교와 흥행배우 전여빈이란 두 여배우가 투톱으로 나선 작품이다. 전여빈은 “이런 영화는 사례가 많지 않기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관객분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서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욕쟁이 다큐멘터리 감독와 영화 ‘낙원의 밤’에서 총을 든 킬러를 거쳐 ‘하얼빈’에서 꼿꼿한 여성 독립투사를 연기한 그는 ‘검은 수녀들’에선 다소 의외의 모습이 나와 ‘귀엽다’는 관객 평가가 있었다.
그는 “탕후루 장면이 다소 귀엽게 그려져 그런 평가가 있는 것 같다”며 “사실 미카엘라가 달디 단 음식들을 홀린 듯이 먹어치우는 것은 주변에 영을 느끼고, 그것에 짓눌릴 때마다 어떻게 견뎌야 하지 몰라 그런 식으로 압박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대미인 구마씬에서는 영리하게 움직였다. 그는 “이 때는 유니아와 희준(문우진 분)의 대결 속에서 미카엘라는 한 걸음 떨어진 상황”이라며 “어느 때보다 ‘액션’이 아닌 ‘리액션’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여빈의 처절한 연기가 이어진다. 특히 종을 세 번 쳐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달려가면서 안쓰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에 부딪히고 깨진다.
그는 “힘들긴 했지만, 사실 배우에겐 그런 카타르시스가 있다. 자기 신체를 다 내던져서 한 장면을 완성했을 때 오는 그런 쾌감”이라며 “촬영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후시 녹음을 할 일이 있어서 그 장면을 다시 보는데, 그 때의 감정이 올라와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 장면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면, 실제 종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천장에 줄이 하나 매달려있는게 전부였다”며 “종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영화 막바지라 미카엘라에 몰입돼 있어 연기가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