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연합]
지난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국내 15개 전 공항에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기로 했다. 콘크리트 지지대가 존재하는 일부 공항의 방위각 시설에 대해 둔덕을 지하화하거나,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아예 재설치하는 안을 추진한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안대로 종단안전구역을 착륙대로부터 240m까지 확보하고, 부지 확보가 어려운 일부 공항에는 항공기이탈방지시스템(EMAS) 설치를 검토한다.

방위각시설 지면화·재설치 방안 추진

22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방위각시설 등 공항시설 안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무안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을 대상으로 방위각 시설·활주로 등 공항내 시설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시행한 뒤 나온 후속조치다.

특별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 국토부는 무안·광주·여수·포항경주·김해·사천·제주 등 7개 공항에 콘크리트 재질로 구성된 방위각 시설이 설치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 또 무안·여수·포항경주·김해·사천·울산·원주 등 7개 공항의 경우 활주로 안전구역을 권고길이인 240m만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먼저 방위각 시설을 개선하고, 또 활주로 안전구역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방위각 시설 개선방안[국토부 제공]
방위각 시설 개선방안[국토부 제공]

먼저 방위각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추진한다. 첫 번째 안은 둔덕 상단에서부터 활주로쪽 방향으로 흙을 쌓아 방위각의 지지대를 지하화하는 안(성토방안)이다. 경사가 완만한 지형을 만들어 비행기가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안은 기존 둔덕을 허물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방위각 시설을 아예 재설치하는 방법(재설치방안)이다.

광주와 포항, 김해, 사천공항에 대해서는 둔덕 또는 콘크리트 기초대의 높이가 낮아 둔덕을 지하화하는 성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여수와 무안공항은 둔덕의 높이가 높아 기존의 방위각시설을 허물고 재설치방안을 진행한다. 단 국토부 관계자는 “시설 설계 과정에서 공사 예산과 기간 등을 고려해 방식은 변경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제주공항의 경우 방위각 시설이 H형 철골구조로 구성돼있는데, 부러지기 쉬운 재질인지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개량 필요성이 인정되면, 경량철골 구조로 재설치하는 안을 검토한다. 울산과 원주공항은 방위각 시설이 표준에 맞게 잘 설치돼 있어 별도의 개량작업은 진행하지 않는다.

“ICAO 기준 누락시킨 국토부” 지적에…EMAS 설치도 검토

국토부는 방위각 시설 개선에서 나아가 활주로 안전구역도 권고안만큼 확보키로 했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은 ICAO를 따라 종단안전구역을 착륙대로부터 최소 90m 이상을 확보하되, 240m까지 확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토부는 안전구역을 확보하지 못한 7개 공항에 대해 일단 부지를 확보하는 안을 추진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전구역 240m를 확보하지 못한 곳 중 여수·김해·무안공항은 공항부지 내에서 추가적인 구역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한 제주항공 여객기 엔진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한 제주항공 여객기 엔진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하지만 공항부지 외곽에 이미 아파트 등이 세워져 있어 안전구역 확보가 어려운 포항·사천·제주(보조활주로)·울산·원주공항의 경우, EMAS 설치도 동시 검토한다. 앞서 일각에서 ICAO가 “종단안전구역 설치에 제한이 있을 경우 항공기 오버런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EMAS를 설치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명시하는 것과 달리 국토부가 해당 기준을 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지매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공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EMAS 설치가 필요하다면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결과를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EMAS 전문가 TF를 1월 내 구성해 해외사례를 분석하고, 설치 및 유지관리 기준과 국내공항 적용 방안을 ‘항공안전 혁신방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단 EMAS의 경우 각 설계부터 건설까지 2~3년 소요된다는 점,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완공 시점이 불분명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EMAS의 크기는 공항별로 크기가 천차만별이고, 종단안전구역을 어느정도 확보했느냐에 따라 강도를 달리 정하고 있다”며 “기상여건, 취항 항공기, 활주로 길이 등의 데이터를 넣어야 시뮬레이션을 통해 크기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는 신공항건설사업에도 개선된 안전관리 기준을 선제적으로 적용한다. 흑산·울릉·백령공항의 경우 방위각 시설이 필요없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제2공항, 새만금신공항은 안전구역을 권고길이 이상으로 확보하는 한편, 방위각 시설도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지면형태’로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이외에도 정부는 상반기 내 국내규정과 ICAO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규정간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전국 공항시설 안전관리 체계를 상시 관리 및 점검체계로 전환하고 공항시설 안전팀도 신설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조류 유인시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류충돌예방 개선계획도 조만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