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품고 있는 인물의 심리 묘사 탁월해
걸출한 배우 알랭 들롱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는 ‘리플리 증후군’(반사회적 인격장애)이라는 병명을 탄생시킬 만큼 그 파장이 컸다. 그만큼 캐릭터가 갖는 아우라가 대단하다는 뜻이다. 이 영화의 원작이 바로 리플리 시리즈 중 첫 번째 책<리플리1-재능있는 리플리>(그책.2012)다.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톰 리플리는 거절할 수 없는 제의를 받는다. 친구 아버지로부터 이탈리아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이다. 리플리는 사례비와 체류비 일체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았다.
사실 그는 하층민으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남다른 재능이 있는데, 말쑥한 외모와 비상할 정도로 수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특히 타인의 특징을 흉내 낼 수 있는 특이한 장기가 있었다. 그런 리플리는 친구 디키 그린라프를 설득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는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 디키의 삶에 매료되고 만다. 상류사회에서 대접받으며 유유자적 노니는 디키의 모습에 시기와 질투 그리고 강한 동경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성공을 향한 들끓는 욕망과 디키의 모욕적인 태도가 마침내 리플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한다. 리플리는 디키가 되고자 그를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소설은 리플리의 욕망을 따라 전개된다. 그의 치밀하고 냉정한 결단은 소설 초반에 보이는 소극적 성격과 대비를 이루며 잔혹한 살인자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처럼 소설은 범죄 스릴러의 긴박감과 서스펜스를 가지고 있지만 반면 캐릭터에 대한 기이한 매력도 갖추고 있다.
살인 직후 죄의식에 빠지는 모습의 심리묘사와 자신이 죽인 디키를 향한 동성애적 애정은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과정과 맞물려 어느새 그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리플리를 옹호하거나 혹은 은밀한 동조자가 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총 5부작 중 3권으로 리플리 시리즈의 일부다. 36년에 걸쳐 작품화 된 것으로 세계 곳곳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리플 리가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디키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소멸시키는 내용이다. 책은 성공을 향한 비틀린 욕망을 통해 허상을 좇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북데일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