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지방시’.

누군가에게는 명품 브랜드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방대 시간강사‘라는 아픈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방시’ 중 한 명인 ‘309동1201호(필명)’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란 글을 연재했습니다.

나이 서른둘, 출신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4학점의 인문학 강의를 하는 그는 시간당 5만원의 강사료를 받습니다. 한 달에 80만원, 세금을 떼면 70만원, 1년이면 560만원의 박봉으로 살아가기는 ‘88만원 세대’ 못지 않게 힘들었습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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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자연스레 인문학을 전공했고, 조교 활동과 연구 인건비로 대학원 학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말에 바로 대학원 입학원서를 썼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습니다.

조교 활동은 무급 근무에 연구 인건비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공부만 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하는 일은 주로 청소와 커피 심부름, 출력 등이었습니다.

생활비를 벌려고 패스트푸드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가 난 그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모든 병원비를 부담해준 겁니다.

앞서 학교에서 일을 하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다쳤을 때는 아무런 도움도, 걱정도 받지 못했는데…. 지식을 만드는 대학보다 햄버거를 만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자신을 노동자로 대접해 준다는 사실이 씁쓸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학자금 대출은 더 쌓여가고, 부모님께는 죄송한 마음에 면목이 없어지고, 친했던 친구들과도 처지가 달라지면서 멀어지고 외로움만이 남았습니다.

[사진출처=네이버 책]

‘내 삶이 제대로 된 것인가 의심스러워 한 번 뒤돌아보고자 올린 글’은 예상 밖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오는 6일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란 제목과 ‘309동1201호’란 필명 그대로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판됩니다.

그는 “지방시는 고발이나 투정이라기보다, 내 세대성의 기록이다. ‘미생’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모두 기성세대 주도의 ‘힐링’이었다. 정작 내 세대는 온전히 아픔을 감내해 왔고, ‘힘들다’ 말할 기회를 갖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내가 기록한 아카데미의 청춘이 내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길 바랐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삶이, 함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이자 ‘사회인’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으니까 모두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이처럼 아팠음을 모두 기억하고 바꿔나갈 수 있기를”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가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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