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느 커피 전문점. 이곳에 비치된 4인용 테이블에 한 사람이 앉아있습니다. 이어 코멘트 한 줄. “고작 아메리카노 1잔만 시키더니 한나절 이상 스터디룸처럼 쓰더라.”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들끓게 했던 사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게시글에는 커피 한 잔으로 장시간 진을 치고 있는 이 손님이 ‘카페 진상’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자기 돈으로 커피값을 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박도 이어졌죠. 2시간마다 커피 한 잔은 마시는 게 예의라며 양심에 호소한 누리꾼도 있었고, 낮아도 너무 낮은 테이블 회전율에 울상을 짓는 카페 업주의 속사정도 이해해 달라는 절규도 있었습니다.
▶ 의자 줄이고, 화장실도 설치 안 해… 잔머리 굴리는 사장님들 한동안 한국에서 이슈가 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뉴욕의 카페들도 장시간 진을 치고 앉아 있는 손님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손님 때문에 뉴욕의 일부 카페들이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 방법이 다양합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일부러 의자를 적게 비치하거나,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많이 두는 방식입니다.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기 위해 19석 미만의 비좁은 카페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사장님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죠.
▶ 커피 한 잔, 얼마나 머물러야 할까?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 동안 카페에 머무는 게 적당한 걸까요?
‘하루에 커피 몇 잔이 몸에 제일 좋을까’라는 질문 만큼 풀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커피집 사장님들의 입장은 안타깝지만 카페에서 공부하는 손님들을 비판할 만한 근거는 사실 마땅하지 않습니다.
카페를 찾는 손님은 돈을 지불하고 커피를 사 먹는 것은 여느 고객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 끼 식사에 육박하는 커피값에는 이미 ‘자릿세’가 포함돼 있고 카페는 커피 뿐만 아니라 ‘공간’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오랜 시간 카페에 머무르는 게 손님들만의 특징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너무 시끄럽지 않은 카페 소음이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까지 있고요.
▶ 설문 조사해보니
결론 삼아 한 설문조사 결과를 거들어 볼까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724명의 사람들에게 카페에서 몇 시간 머무르는지,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카페에 대한 견해가 어떤지 물었는데요.
응답자의 58%가 한 시간마다 커피 한 잔을 시킨다고 한 반면 단 5%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머무른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응답자의 86%가 카페에서 노트북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엔 동의할 수 없지만 무선인터넷을 쓴 만큼 요금을 더 내는 식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사무실 업무를 하는 누군가에게는 이제 커피 두 잔의 여유라는 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hoo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