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멜로 영화는 데이트 무비나 홈 무비로 치우치기 일쑤였다. 액션, 스릴러, 블록버스터 등 다른 장르들에 뒤쳐져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2012년 영화계 판도는 확 바뀌었다. 기를 못 폈던 멜로 영화들이 날개를 펴고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은 바로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이다. ‘건축학개론’은 4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 멜로 역사상 최고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감성적 소재를 건축이라는 색다른 재료를 통해 녹여낸 새로운 멜로드라마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건축학개론’은 엄태웅과 한가인 외에도 충무로의 새로운 히로인 이제훈과 미쓰에이 수지를 각광받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멜로영화는 이삼십대 여성 관객의 전유물이라는 상식을 깨고 삼사십대 남성관객까지 극장으로 대거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건축학개론’의 바통을 이어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 이하 내아모) 역시 흥행 멜로 영화 반열에 올라섰다. 이 영화는 ‘건축학개론’의 기록을 깬 459만명의 관객을 총동원하며 위상을 높였다. ‘내아모’는 결혼 7년 차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진 임수정-이선균 커플과 카사노바 류승룡의 삼각 러브라인을 유쾌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특히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의 아련한 감성을 불러일으킨 멜로인 반면 ‘내아모’는 결혼 후 현실에 직면한 부부의 모습을 통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거침없이 망가진 임수정과 느끼한 카사노바로 분한 류승룡의 변신이 중요한 관전포인트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두 편의 영화에 이어 하반기에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이 극장가를 강타했다. 이 영화는 ‘건축학개론’(410만) 기록과 로맨틱코미디 ‘미녀는 괴로워’(662만 명)을 단숨에 뛰어 넘었다. 또 668만 5904명을 모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기록 역시 제쳤다. 확장판까지 내놓은 이 영화는 7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 한국 멜로 흥행 기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늑대소년과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아버린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 영화는 판타지 멜로라는 신선한 설정과 ‘대세’로 떠오른 송중기와 ‘국민 여동생’ 박보영의 조합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특히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뒤를 이어 올 한해 한국 영화 중 흥행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누렸다.

이처럼 멜로물이지만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세 편의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장르적 한계를 딛고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계의 판도를 변화시켰다. 내년에도 멜로물이 부흥기에 접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