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세기의 영웅이나 위인들의 삶을 들춰보면 그들의 업적과는 사뭇 상반되는 사생활이 드러나 대중들이 실망감을 느끼거나 혹은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빅토르 위고나 괴테 등이 그렇다. 이들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문호지만 여성편력이 화려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위고는 그의 아내 아델의 외도에 맞바람으로 응수, 여배우 쥘리에트 드루에와 죽기전까지 불륜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스무 살 손자에게 ‘사람으로 사는 동안 실컷 사랑하고 쾌락을 즐겨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내와 사별한 73세의 괴테는 여름휴양지에서 만난 19세 소녀 울리케에게 한 눈에 반해 소위 ‘작업 걸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로 전해진다.
‘절절했던 러브스토리가 알고보니 불륜이었더라’하는 식의 이야기는 역사속 문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중이 우러러보던 우상 또는 권력자들이 불륜으로 점화된 ‘스캔들’로 인해 인구에 회자되거나 혹은 곤혹을 치르는 역사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그랬고 미국 전 대통령 클린턴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미국 CIA 국장의 스캔들이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다.
한국 역시 ‘스캔들’의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중스타나 정치인들은 스캔들에 휩싸이는 순간 ‘공인’으로서 몸가짐을 바로하지 못했다는 괘씸죄까지 더해져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추락하곤 했다.
▶스캔들은 ‘권력’에서 잉태=지난 2000년 4월을 화려하게 장식한 스캔들은 여성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과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의 스캔들은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린다 김은 로비스트라는 명분아래 김영삼 정부 시절 ‘대북 정찰기 사업(백두ㆍ금강사업)’추진 과정에서 황명수 국회 국방위원장, 정종택 환경부 장관 등 당시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과 어울리며 권력자들과 가까이 했다. 특히 이 장관과 린다 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에 대해 대중들의 이목이 쏠렸다.
이 장관이 김 씨에게 쓴 “사랑하는 린다, 샌타바버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한 추억을 음미하며…”라는 내용의 연서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스캔들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불륜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이 장관은 린다 김과 두 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시인했고 김 씨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이들의 관계는 슬픈 결말을 맺었다.
▶왜, 그들은 스캔들에 빠질 수 밖에 없었을까=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방황하는 성적 욕망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풀이되기도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자신과 다른 성을 가진 부모에게 연정을 느끼는 본능, 즉 허용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욕망이다. 인간이 성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만 5~7세인데 정신분석학적으로 봤을 때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 충동적으로 불륜을 저지르거나 바람둥이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곽 교수는 권력자의 스캔들, 특히 불륜과 관련된 스캔들은 다른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지위에 올라가게 되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힘들었던 과거를 어느 정도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특히 인간은 성공하면 할 수록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관점보다는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고 소위 ‘파워의 심리’를 이용해 ‘이 정도 자리에 있으면…’이라는 마음으로 비도덕적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스캔들’을 해석했다. 채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물질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소원해진 가족관계 속에서 정신적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건 필연적인 결과”라면서 “처음엔 단순히 육체적 외도로 시작했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해준다고 생각하면 정서적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