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11월이 편의점 업계를 배신했다. 11월은 빼빼로데이 덕분에 연중 최고의 매출이 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달이지만, 올해는 이 법칙이 통하지 않았다. 업계는 뼈아픈 배신감의 원인을 두고 ‘요일지수’가 뒷받침해주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요일과 데이마케팅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아 소비심리를 불러 일으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통상 편의점에서 1년 중 매출이 가장 크게 나오는 날은 3월 14일 화이트데이였다. 남성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사탕 등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는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보다 매출이 높기로 유명하다. 남성 소비자들이 지인들과 부담없이 사탕을 나눠 먹는 일도 많고, 연인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보통 발렌타인데이 때 받았던 선물보다 단가가 비싼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긴 과자를 주고받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의 매출이 급증하더니, 화이트데이를 앞질러 연중 최대 매출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구매자의 성별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구매객 확보에 한계가 있지만, 빼빼로데이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올해도 빼빼로데이 매출이 연중 최고액을 달성하며 화이트데이를 앞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이 같은 기대는 금새 사그라들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빼빼로데이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11.7%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화이트데이 매출에 밀렸다. 2010년에 37.5%, 지난해에 42.2% 등 매년 빼빼로데이 매출이 고신장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올해 빼빼로데이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었다.
빼빼로데이 매출 하락은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요일지수’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일지수는 일종의 데이마케팅과 요일과의 궁합이다. 요일에 따른 구매객들의 생활 패턴이 데이마케팅과 잘 맞아 떨어지면 기대 이상의 효과가 발생하지만, 요일이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매출이 형편없이 떠어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요일지수는 데이마케팅의 해당일이 목요일이나 금요일일 경우 최대로 오른다. 주중에 지인들 사이에서 해당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유통가의 행사 노출도 많아지면서 선물을 준비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빼빼로데이가 금요일이어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귀가하는 길에 너나 할 것 없이 빼빼로를 사들고 갔다. 금요일이다 보니 연인이나 친구끼리 만날 약속을 잡은 경우도 많았고, 자연히 이들도 빼빼로를 찾으면서 소위 ‘매출 대박’이 났다.
특히 지난해는 빼빼로데이 날짜가 2011년 11월 11일로, 1자가 6번 겹치는 날이어서 유통가의 의미부여가 더 컸다. 유통가는 “1자가 6번 겹치는 빼빼로데이는 1000년에 한 번 찾아온다”라며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마케팅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올해는 빼빼로데이가 일요일이 되면서 요일지수가 크게 꺾였다. 금요일까지는 학교나 직장에서 빼빼로데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던 이들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집에서 보내면서 빼빼로데이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행사 전날인 토요일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단절시킨 것이다. 특히 올해 빼빼로데이는 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치는 등 궂은 날씨 때문에 야외 활동 인구 수가 크게 줄었다. 날씨가 나쁘다 보니 편의점 업계의 판촉 활동도 제약이 있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행사 전날과 당일에 궂은 날씨로 인해 매출이 좋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음해 빼빼로데이의 요일지수는 어떨까. 다음해는 빼빼로데이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다. GS25관계자는 “요일지수는 행사일이 금요일일 때 가장 좋지만, 월요일도 좋은 축에 속한다”라며 “소비자들이 출근길이나 등굣길에 지인들과 나눠먹기 위해 과자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 매출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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