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의 차기 최고 지도부 인선이 다음주 중으로 확정된다.
세계는 지금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들의 면면에 대한 집중 해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안주인이나 사생활은 여전히 두꺼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국 정계의 생리상 관련 정보가 철저히 차단되면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는다. 홍콩과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결과 차기 퍼스트레이디인 시진핑 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중국 국민가수로서 명망이 높은 외에, 교수ㆍ은행가ㆍ유명 정치인의 딸 등 최고 지도부 후보의 아내들의 면면도 상당히 화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카를라 부루니’ 펑리위안=“촌스럽고 늙수그레한 아저씨 같았다”
중국 차기 최고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59) 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50)은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첫 질문에 그녀의 마음은 무장해제됐다. “성악에는 몇 가지 창법이 있나요. 제가 음악을 잘 몰라서 좀 배워보고 싶어서요”. 고위 공직자 답지 않은 겸손함과 소탈함이 솔직 담백한 펑리위안의 마음을 흔들었다. 둘다 “첫 만남에서부터 배우자 감으로 점찍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만난 지 이듬해인 1987년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만 모아 조촐한 식을 올렸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 부주석은 재혼이다. 그의 전처는 커샤오밍(柯小明)으로 전 주(駐)영국 대사의 딸. 정보 폭로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잦은 싸움을 하는 등 성격차가 극심했다. 나중에 시 부주석이 허베이성 정딩(正定)현으로 발령을 자청하고, 커샤오밍은 영국으로 가면서 둘의 짧은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았다. 둘 사이에 자녀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 부주석이 푸젠성 샤먼 부시장 시절 친구 소개로 펑리위안을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 가수였다.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시 부주석은 가수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릴 정도로 아내의 유명세 덕을 봤다.
펑은 결혼 후에도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기 때문에 베일에 쌓여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역대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중국인에게 친숙한 존재다. 인민해방군 예술학원 총장이자 중국음악가협회 이사, 전국부녀연합집행위원,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 등 그녀는 이미 여러가지 직함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후천성면역결핍증 결핵 예방 친선대사로 위촉되며 국제무대로 활동 저변을 넓혔다. 올 들어서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 회장과 함께 금연광고에도 등장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펑은 지난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직접 재난 지역을 방문하고, 딸(시밍저ㆍ20)과 남편 얘기를 공개장소에서 스스럼 없이 하는 등 소탈한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어 향후 퍼스트레이디로서 그녀의 행보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조용한 소프트파워=펑리위안과 달리 차기 총리로 거명된 리커창(李克强ㆍ57) 부총리의 부인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아내는 최근 베이징(北京)수도경제무역대 외국어과의 청훙(程虹ㆍ55) 교수로 밝혀졌다.
청 교수는 미국 문학이 전공으로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8년 리 부총리가 지금의 상무부총리로 승진한 뒤 수업은 맡지 않고 연구만 진행하고 있다.
청 교수의 부친은 공청단 허난성 부서기에 이어 국무원 빈곤개발판공실 고문을 지낸 고위직 관료며 모친은 신화사 기자였다. 리커창 부총리가 베이징대 공청단 서기 시절 결혼했다.
청 교수는 미국 문학 비평서 및 번역서를 여러 권 출간하는 등 외국문학계 실력자다. 그녀의 유창한 영어 실력과 문학에 대한 이해는 향후 리 부총리가 총리로서 외교 접대를 할 때 상당한 소프트 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학생들에게 ‘내 마음속의 교수님 10인’에 2년 연속 뽑히는 등 학생들에게 인기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차기 상무위원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조직부장의 부인도 현직 교수다. 리 부장과 1950년 동갑내기인 가오젠진(高建進) 중앙음악학원 교수는 중국 음악교육계에서 유명인이다. 리 부장과는 서른살에 결혼해 당시로서는 상당히 만혼(晩婚)인 셈. 가오 교수의 부친 역시 상하이 시 건설위원회 부주임을 역임한 고위 공직자 출신이다. 가오 교수는 리 부장이 지방 수장으로 발령 났을 때도 베이징에 남아 자기 일을 계속 해나간 맹렬 여성이다.
▶아내가 태자당=명문가 출신의 아내를 맞이해 관운이 승승장구 했다는 소리를 듣는 최고 지도부 후보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다. 그의 아내 야오밍산(姚明珊)은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딸이다. 덕분에 왕 부총리는 태자당(太子黨ㆍ혁명 원로나 고위층 자제) 계파로 분류된다.
문화대혁명 혼란기 때 가족 모두가 오지인 산시(陝西)성 옌안(延安) 지역에 하방돼 농촌 생활을 하던 중 부인을 만났다. 일각에서는 영민한 왕 부총리가 부인의 집안을 보고 결혼했다고 말하지만, 두 사람이 교제할 때 야오이린은 정치적 고초를 겪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1982년 장인의 도움으로 공산당 중앙서기처 농촌정책실로 들어가 경제분야로 눈을 돌렸으며 1990년 중국 4대 국유은행의 하나인 젠서(建設)은행 부행장을 거쳐 중국 최고 지도부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중국의 개혁파로 꼽히는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도 집안 좋은 아내를 맞이한 덕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대만 매체 핑궈르바오는 “왕 서기가 어릴시절 분변을 수집해야 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결혼을 한 후 인생이 활짝 폈다”고 보도했다. 그의 부인인 주마리(祝瑪麗)는 모 현(縣)의 고위 관료로 알려진다.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서기는 본인도 태자당 출신이지만 부인인 장즈카이(張志凱)도 고위 공직자 집안이다. 장즈카이는 부총리를 지난 장아이핑 국방부 부장의 딸로 알려졌으나, 후에 장아이핑이 아닌 장전환 인민 해방군 고급 장성의 딸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장더장(張德江) 부총리의 부인은 젠서은행 신수썬(辛樹森) 부행장이다. 둥베이차이징대에서 투자경제를 전공하고 석사를 마친 후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다 젠서은행 임원에 올랐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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