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지도층 부패 심각… 질적성장 경제구조전환 추진
분배 우선땐 기득권 반발 우려 권력교체 앞두고 깊은 고민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의 새 지도부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피폐해진 기존의 성장모델에 다시 경기부양자금을 쏟아부을지, 아니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개혁이란 도박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심화되는 국부민궁(國富民窮)=중국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의 구조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는 분배, 내수증진, 내륙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고 심화되는 빈부격차 속에서 팍팍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최근 3177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해지고 있다’란 항목에 응답자의 45%가 ‘완전히 공감한다’고 밝혔고, 36%의 응답자가 ‘동의한다’고 답해 총 81%가 빈부격차 확대를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소득계층의 10%가 전체 가구 자산의 8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준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격차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성장을 통해 얻은 부를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것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사게 된다. 대표적인 이익집단으로는 토지 매매로 이익을 챙기는 지방공무원, 은행 대출을 향유하고 낮은 세금 혜택도 누리는 국유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방정부는 현지 농민에서 저가로 구매한 토지를 판매해 엄청난 이익을 챙겨왔다. 미국농촌발전연구소가 지난 2011년 1791명의 중국 농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방정부가 1에이커(4047㎡)의 토지를 수용하면 농민은 평균 1만7850달러의 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금액은 토지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2.4%밖에 되지 않는다.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는 중국을 75번째 부패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은 남미의 콜롬비아보다 조금 나은 순위다. 부정부패와 연관돼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의 회색소득(灰色收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로 추정된다.
개혁은 강력한 기득권과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대학의 중국전문가 페이민신은 “국유기업을 더욱 상업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혁한다는 것은 400만명의 일자리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새 지도부의 딜레마=개혁의 부담은 차기 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짊어지게 된다. 그러나 중국의 새 지도자가 신속하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가 서방의 한 당국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 “최소한 2013년 가을이 되어야 일련의 개혁 패키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회사 프리마베라 캐피털의 프레드 후 회장은 “권력승계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시 부주석과 리 부총리는 당분간 낮은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개혁이 이뤄진다면 미래 경제성장의 원천으로 간주되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수익자가 될 것이지만 이런 계층들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거의 발언권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고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성장 둔화,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중국경제 전문가인 스콧 로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일본은 경제가 일정 수준으로 발전한 후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회불균형 수준이 낮았고, 이것이 잃어버린 10년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는 기본이 됐다”면서 “중국경제가 향후 20년간 지난 10년과 같은 궤적을 걷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의 하나로서 제로성장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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