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당신, 대체 누구야!” 우리가 사는 이 세계 너머로 또 다른 현실세계가 존재한다면, 동시간대에 존재하는 두 개의 현실을 오갈 수 있다면…. 어린시절 상상이 드라마가 됐다. 웹툰과 현실을 ‘도킹’한다는 판타지는 현실과의 괴리감에 공감지수가 떨어지기 마련. ‘W’는 하지만 1회부터 얼토당토 않은 판타지라는 흔적을 지우며 안방을 습격, ‘이 구역 미친 드라마’로 떠올랐다.
LTE 전개,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판타지, 순정만화 속에 존재하는 듯한 남자주인공, 역시 만화 속 캐릭터 같은 연기가 폭소를 유발하는 여주인공까지. ‘W’는 드라마시장에선 볼 수 없었던 스토리와 구성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일 첫 방송에서 8.4%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2회분에서 전국 기준 9.5%, 수도권 기준 10.7%를 기록했다. 경쟁작인 김우빈 수지의 ‘함부로 애틋하게’(KBS2)는 20일 방송에선 12.9%를 기록했으나 ‘W’가 상승세를 보인 21일엔 1.8% 포인트 하락한 11.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인’을 쓴 송재정 작가가 집필한 ‘W’는 사람에 의해 창조된 웹툰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설정의 큰 줄기다. 드라마는 현실의 세계와 현실이 돼버린 웹툰의 세계를 오가며 스토리를 끌어간다. 동시간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기발한 창의력이다.
드라마는 인기 절정의 웹툰 ‘W’의 작가인 오성무(김의성)가 자신이 창조한 ‘W’의 세계와 강철이 작가의 의지를 벗어나 살아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죽이려 하려는 데에서 출발한다. 아버지를 찾으려다 웹툰 세계로 빨려들어간 의사 오연주(한효주)는 눈 앞에서 죽어가는 강철을 살려낸다. 현실과 웹툰으로의 도킹은 이렇게 시작된다.
드라마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전에 없던 스토리와 놀라운 창의력에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W’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는 모두가 현실이다.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빨려들어간 세계는 ‘웹툰’이지만, 남주인공에겐 자신이 사는 곳이 현실이다. 자신의 세계와 웹툰 속 세계를 오가는 여주인공은 ‘웹툰’을 끝마치고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극적인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2회부터 키스신을 연출했다. ‘도킹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한 고군분투다. 드라마는 오랜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한효주와 한류스타 이종석을 필두로 로코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면서도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오간다. 웹툰 세계를 현실이라 믿던 남자주인공 이종석 역시 자신이 사는 세계에 의구심을 품는다. 2회분의 마지막 대사였던 ‘당신, 대체 누구야’는 이날의 명대사로 꼽혔다.
대놓고 판타지이지만, 두 개의 세계를 오간다는 판타지를 활용하고 멜로를 적용하는 방식이 향후 이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는 현실적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정대윤 PD는 “어려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지만 최근 ‘시그널’ 등 장르 드라마에 대한 호응이 컸던 것이 보여주듯 시청자의 드라마 소비형태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며“두 세계의 색감을 다르게 하고, 방송마다 이전의 이야기를 요약정리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시청자의 이해를 돕겠다”고 말했다.
로코와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나드는 복합장르는 복잡해보일 수 있으나 현재 방송 중인 수목드라마 두 편과 경쟁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무거운 멜로로만 향하는 ‘함부로 애틋하게’나 중간 유입이 어려운 복잡한 장르물인 ‘원티드’의 대항마로 장르상 손색이 없다.
웃음을 주는 지점들도 적지 않다. 여주인공 한효주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꿈같은 일에 연신 “이게 말이돼”를 연발하며 속터지기 직전의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한효주의 외모가 주는 특유의 정갈함은 과장될 수 있는 원작 속 캐릭터를 차분하게 눌러주며 드라마를 살린다. 이종석의 존재는 말그대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다. 실제 순정만화 속 캐릭터와 같은 비주얼이 이미 여성 시청자들을 움직였다. 이종석은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판타지물에도 익숙한 배우답게 연기에도 어색함이 없다. 벌써부터 ‘이종석의 인생 캐릭터’라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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