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 얼룩말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 초원이가 엄마와 떨어져 지하철에 혼자 있다가 지나가는 여자의 치마에 그려진 얼룩무늬를 만지다가 그녀의 동행남에게 폭행을 당한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엄마는 애써 초원이를 감싸며 남자와 몸싸움을 하고, 이때 초원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친다.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을 감싸던 엄마가 했던 “죄송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입니다.”라는 말을 떠올린 것이다. 순간 지하철은 숙연해진다.

영화 말아톤은 현실에서도 계속된다.

뇌병변 2급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전승혜(37ㆍ여) 씨는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설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느껴요. 대중교통이라도 타면 식은땀이 흐르죠. 아이를 마치 괴물보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 시선을 볼 때마다 ‘집에나 있지 뭐하러 돌아다니나’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집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는 9년 전 아들의 장애를 알게 된 후 부터 남과는 조금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남못지 않게 키우려고 노력해왔지만,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이 수십, 수백번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8세미만 장애아동은 9만5938명.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장애는 물론, 세상의 편견과 맞서고 있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평소 아이들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언제나 죄인처럼 살아왔다고 말한다,

자폐1급 자녀가 있는 배모(41ㆍ여)씨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물론, 특수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죄송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에는 발달장애아를 위한 국립한국경진학교에서 장애아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이 드러나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진행중이다. 이 학교 학부모 배영희씨는 “평소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설때마다 주위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수 없이 했는데 특수교육을 맡고 있는 국립학교에서조차 장애아들에게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해왔을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가슴을 쳤다.

부모들은 지금은 자신들의 보호아래 그나마 버티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가 늙고 사망한 후에는 어떻게 살아갈지 가장 걱정이라고 한다. 발달장애아 학부모 진수영(44ㆍ여) 씨는 “장애아동들에 대한 직업훈련과 취업지원등을 통해 장애인 스스로가 부모의 도움없이도 마음놓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등급제ㆍ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측 관계자는 “현제 부양의무제는 부모가 장애자녀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악법’으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부모가 국가에게 마음놓고 자식을 맡길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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