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자고 나면 새 테마주가 탄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동쪽 여의도가 자조에 빠졌다. 뉴스에 이름이 오르락거리면 사돈의 팔촌까지 테마주로 묶어내는 세상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자 싸이 아버지 회사가 줄이어 상한가를 치고,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대성그룹주가 급등했다.
실적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소문에 오른 테마주는 작전이 개입될 여지가 농후하다. 테마주의 태생부터 유력 인사의 움직임(정책이나 인사 등)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테마주가 주당 1만원이 되지 않은 소형주라는 것도 작전 개입의 의심을 더한다. 그만큼 변동성이 잦고 수 배의 차익을 얻기 쉬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소문을 내고 시세조종에 나서 차익을 챙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까?.
문제는 주요 테마주의 투자자 비중에 개인투자자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국내 증시 수급의 키를 쥔 기관이나 외국인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 종목이 상당수다. 정보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를 이용해 차익을 얻고 빠지는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 싸이 아버지가 최대주주란 이유로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여간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한 ‘디아이’는 16일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디아이는 특히 싸이의 소속사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서 디아이로 바뀔 것이란 소문에 힘입어 주가가 지난달 중순 2000원대에서 한 달도 안돼 6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이 회사의 실적은 주가 상승과는 정반대로, 변변치 않다.
지난해 디아이는 452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억원 적자를 봤다. 당기순손실 3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해 기업가치 면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싸이의 소속사가 의료정밀업종인 디아이로 옮긴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한 달간 기관은 디아이에 대해 3539주 순매도를 보였다. 일별로 기관이 이 종목을 순매수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외국인 지분율도 9월 중순 3%에서 이달 들어 2% 초반대로 줄었다.
순전히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팀장은 “실적이 바탕되지 않은 종목은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고 손실을 보는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대선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돼 정책이 수반돼도 해당기업 실적에 직접적 영향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 선주자의 공약만을 믿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소문에 개인 매수세가 몰리다 보니, 외국인은 테마주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에 나서기도 한다.
이달 8일부터 5거래일간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가 활발한 종목 상위 5곳 중 4곳(대아티아이, 팜스토리, 리노스, 이지바이오)이 안철수 후보 관련 테마주였다. ▶표 참조
안 후보가 대선공약을 내놓으면서 개인투자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사들이고, 외국인은 반대로 떨어지면 차익을 얻으려 공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디아이 역시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대차거래가 30만주 가까이 체결됐고, 차입자의 100%가까이가 외국인이었다.
테마주와 관련한 실제 작전세력의 적발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전업투자자 박모(32) 씨를 구속기소하고 김모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유명 증권 포털을 통해 유력 대선주자 3인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와 관련된 풍설을 모두 5700여회 게시하고 상한가 허수 주문이나 수백 회 단주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렇게 올린 주가에서 수익을 내는 데에는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가 동원됐고 매도 차익으로 5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들은 대표이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박근혜 테마주’로 묶거나, 회사 대표가 고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 출신이란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소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yjs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