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엔드 웹게임의 진수 구현한 개발 능력 압권 … 시나리오, 연출, 게임성 강조된 김태곤표 삼국지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는 20년 가까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다. 지난 1996년 첫 선을 보인 충무공전 이후 ‘임진록 시리즈’를 거쳐 2002년에는 온라인게임에 입문, ‘군주’, ‘거상’, ‘아틀란티카’ 등 유명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은 온 국민을 경악케 할만한 ‘대박’은 아니었지만, 전형적인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신작을 내놓는다.
개발기간 3년, 투자금액 100억, 100인의 개발자들을 이끌고 삼국지를 소재로 삼아 대작 게임에 도전한다. 최신 기술인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웹-모바일 연동 시스템도 갖췄다. 올해말 오픈 베타 테스트가 예상되는 ‘삼국지를 품다’를 살짝 들여다 봤다. ‘삼국지를 품다’를 소개하려면 김태곤 상무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게임 개발을 시작했던 그는, 항상 재미를 탐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다. 스스로 원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개발자이고, 또 그것을 항상 해낸다. 그 만큼 그가 게임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김태곤 이사의 성공 비결은 항상 시대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그 사이에서 게임화 할 수 있는 주제를 뽑고, 흥미를 바탕으로 게임에 좀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렇게 빠져드는 유저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게임적인 장치를 동원해 한 번 게임에 빠져든 유저들을 붙들어 두는 것도 그의 능력이다. 웹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삼국지 웹게임에서 출발]삼국지 게임 소재는 양날의 검과 같은 소재다. 워낙 알려진 콘텐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소재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조조, 손권 등 라이벌과 대립구도도 명확하다. 때문에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등 수백, 수천가지 콘텐츠들이 선보였다. 당장 2010년부터 쏟아진 삼국지 웹게임만 봐도 30종이 넘어간다. 때문에 최근 ‘삼국지 게임’이라고 하면 전체 맵이 있고, 장수 카드가 있고, 장수를 고용해 병력을 모집하고, 레벨업 해 상대방의 성을 점령하는 형태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사실 ‘삼국지를 품다’도 이 틀을 크게 벗어나는 게임은 아니다. 위, 촉, 오 중 한 개 진영을 선택해 시나리오의 흐름을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시작하면 늘 그렇듯 ‘황건적’이 난을 일으키고 있다. 넉넉잡아 게임에서만 200여번째 난일지도 모른다. 이 점이 어쩌면 위험요소일수도 있다. 뒤따르는 시나리오도 도원결의와 같은 삼국지 유명 시나리오들을 거쳐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을을 만들어서 각 건물별 특성에 입각해 스킬트리를 올리고, 병사를 모집한뒤 성을 점령하고 약탈을 통해 더 많은 자원을 얻어 빠르게 발전한다. 종래에는 모든 성을 점령해 천하통일을 꿈꾸는 게임의 목표도 동일하다.
▲ 황건적 요새를 토벌하면 랜덤상자와 장수 경험치를 얻는다
[아틀란티카 게임성과 웹게임 특성의 만남]게임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들은‘아틀란티카’에서 선보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웹게임 특성을 조합해놓은 듯하다. 턴 제 공격/방어 시스템과 인챈트, 상자 획득 후 뽑기 시스템은 ‘아틀란티카’의 냄새를 지울 수 없다. 음식물을 수집해 버프 아이템을 획득하고, 아이템 인챈트를 통해 장비를 강화한다.
자동 이동과 공격과 같은 콘텐츠들도 역시 과거에 채용했던 시스템을 변형 및 발전시킨 형태로 보여진다. 어쩌면 처음에는 ‘아틀란티카’의 모바일 연동버전을 개발하려다가 소재를 변경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외 시스템들은 웹게임의 특성을 참조하고 있다.
하루 행동력 제한이 있어 한가지 행동을 하게되면 행동 게이지가 1씩 감소하며, 매일 오전 6시에 초기화되어 가득 차는 형태는 전형적인 웹게임의 그것이다. 시나리오 진행 맵과 전쟁 맵이 다른 것도 역시 현재 웹게임의 트렌드를 철저히 따르고 있다. 말 육성 시스템도 채용하고 있는데, 여러 종류의 말을 교배해 새로운 말을 탄생시키고, 이 말을 착용해 장수의 장비로 채용한다.
▲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경주마 기수 출신 성우가 있다면 이 시스템을 소개하는 모델로 딱일 것 같다
[몸으로 느끼는 삼국지 만들어낸 김태곤 사단]한가지 다른 점은 ‘시나리오의 표현’즉, 연출이다. ‘삼국지를 품다’는 삼국지에 등장했던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을 퀘스트로 바꿔 구현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내용들도 퀘스트로 바꿔나가면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고뇌한 흔적을 역력히 발견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연기력이 뛰어난 성우들이 퀘스트에 등장하는 지문들을 실감나게 읽어 주며, 각 장면마다 부가 장치들을 동원해 마치 실제 삼국지 전장인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노력한다.
철저히 계산된 전장을 진행하다가 특정 칸수를 넘으면 ‘난입’, ‘지원 사격’, NPC들의 매복 등 게임만이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때 쯤인가’싶으면 여지 없이 매복이나 구원 장수들이 등장한다. 원작 시나리오를 아는 것이 기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고우영 삼국지, 이문열 삼국지가 있어 학생들이 미친듯이 삼국지를 읽었다면, 요즘 청소년들이 ‘읽을’김태곤 사단 삼국지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 개발팀의 센스를 이미지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
[TA와 디자인팀의 호흡이 만들어낸 야심작]‘삼국지를 품다’는 단연 시대를 초월하는 게임 개발을 시도한 작품이다. 현 시대에 존재하는 기술력을 쥐어짜고 거르고 수십번 테스트 해서 만든 노력이 눈에 보인다. 하드웨어 상의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한 점도 인정할 만하다. 이런 류의 개발은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개발 총괄과 테크니컬 아트디렉터, 프로그래머, 디자인팀 간의 호흡이 없으면 불가능한 게임이다.
또한, 그들을 무한히 신뢰하는 팀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서로가 각자가 원하는 부분만 고집하다가 무너지기 십상인 개발 형태인데도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면에서 개발한 리더들이 가진 능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반대로 생각하면 너무 성급한 개발은 아니었나 싶다. 기반 엔진으로 쓴 유니티 엔진이 좀더 안정화되고, 스마트폰 기기들도 듀얼코어 이상급으로 성능이 향상되고 있으며, 곧 이어 초소형화된 3D가 속칩도 탑재될 전망이다.
넉넉잡아 2년 뒤면 ‘삼국지를 품다’가 보여주는 기술력을 가진 게임들은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올 것이다. 때문에 게임에 들인 공 만큼 대접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아쉽다. 확실한 점은 김태곤 사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은 현 시점에서만 놓고 보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술력으로 개발된 작품이라는 점은 누구도 쉽게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 한 화면에 20명이 들어가 플레이하는 MMORPG는 PC로도 구현하기 쉽지않다
[기술개발팀 아닌 게임개발팀의 작품이길 …]삼국지를 품다는 아직 개발중인 작품이다. 3년 동안 다듬어온 작품이고 여전히 작품은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때문에 CBT에 들어선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게임에 대한 기대 때문에, 기자는 방망이 깎던 노인을 기다리던 윤오영 작가처럼 대인배가 될 수 없었다.
역사적인 게임이 될 이 작품에 사족을 달자면, 게임은 분명 대단한 기술력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내재된 콘텐츠들은 새롭다기 보다 히트 콘텐츠들을 조합해놓은 게임에 가깝다. 정작 웹게임 최고의 히트 콘텐츠들은 아직 볼 수 없다. 장수 뽑기 시스템을 비롯해, 장수간 일기토 시스템(최고 장수 선발전), 주 단위 상품을 거는 상품 쟁탈전과 같은 콘텐츠들은 웹게임의 주력 매출원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원동력이기에 아쉽다.
게임 상의 재미를 주기 위한 시스템들 중 삼국지를 품다만의 시스템에 한번 더 손을 댈 필요성이 있다. 대다수 유저들은 게임의 주력시스템인 전투 시스템을 일일이 콘트롤 하다가 지쳐 떨어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이 것을 자동 사냥으로 해결하는 유저들, 즉 VIP들에게 ‘삼국지를 품다’만의 차별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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