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1회> 사랑을 위한 의식 9

거성그룹의 재벌2세는 한꺼번에 네 가지나 되는 엄청난 일을 추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물론 거성그룹의 임원들도 이번 일의 성패에 자신들의 목이 걸려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행사는 5개국 관통 랠리였다. 또 다른 행사는 여태까지 전례가 없었던 ‘전 세계 여자 프로골프 겨울대회’였으며, 랠리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백마-월정로’ 포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들이 보기에도 그럴싸하게 36홀짜리 평양골프장을 새로 리뉴얼하는 일이었다.

스포츠마케팅팀은 아예 불난 호떡집이었다. 초대 대상자로 꼽힌 캐리 웹을 찾아 호주로 떠나는가 하면, 크리스티 커, 제니퍼 로자레스, 폴라 크리머와 면담하기 위해 팀원의 반이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이미 은퇴한 안니카 소렌스탐을 해설위원으로 계약하기 위해서 스웨덴으로 일행을 보냈고, 로레나 오초아를 만나러 멕시코로 향한 팀원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강유리 선수와의 계약은 이미 권도일이 체결시켜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므로 다소나마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문제는 유호성입니다. 현재 상태로 유호성은 강유리 선수의 동반자 자격으로 북한까지 따라가는 것으로만 되어 있거든요?”

“그게 바로 우리 전략입니다. 유호성은 그저 강유리를 따라만 가면 성공입니다.”

“가장 중요한 랠리 경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드라이버 역할을 담당해야 할 선수인데 그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니요?”

“우리 기획 팀원들이 유호성 선수의 성격분석을 위해 며칠 밤을 새운지 아십니까? 그를 조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까지 모두 마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습니까? 언제 그토록 철저히 대비해 놓으셨나요? 하지만 제 생각으론 회장님께서 직접 전화라도 넣어주시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친구… 주제에 재벌가문의 상속자라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거든요?”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합니다. 유호성 선수는 어린애 같은 치기가 있기 때문에 이쪽에서 관심을 가질수록 손해지요. 차라리 질투를 유발하는 편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유호성이 보는 앞에서 강유리 선수만을 치켜세우자는 작전인가요?”

“역시 권 전무께서는 금세 알아맞히시는군요. 그래야 유호성 선수를 싼값에 드라이버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골프선수를 치켜세워서 자동차 드라이버의 본성을 자극하자는 의도로군요?”

“그렇지요. 유호성이 아무리 여자 치마폭에 빠져 있지만 본성은 랠리카를 모는 드라이버라는 데에 승부수를 둔 것입니다.”

“과연 치밀하십니다.”

재벌2세가 직접 나서서 발동을 걸자 일은 착착 진행되어가기 시작했다. 평양에 골프장을 리뉴얼하는 일과 신의주 옆 백마리에서부터 판문점 근처 월정리까지 도로포장을 넓히는 일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끝마쳐야 할 일이었으므로 속도가 필요했다.

일단 거성그룹에서는 수천명에 달하는 인원을 북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국정원과 통일부에 허가를 받는 일이야 쉽게 끝낼 수 있었지만, 수천명을 수백 단위조로 편성하여 백마-월정 간의 길바닥에 공사현장을 꾸리는 일, 그리고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는 일이 오히려 어려웠다.

하지만 거성그룹의 추진력은 대단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그룹 산하의 거성건설과 거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하여 거성관광에 이르기까지 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북한으로 진출하는 일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징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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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