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비정규직자의 대기업 이직은 100명 중 2.8명 꼴로 더 낮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경력 축적을 통한 선망직장으로의 취업 경로 확대해야”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중소 마케팅회사에서 2년째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A(29)씨는 지난 해부터 이직을 준비 중이다. 평일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주말엔 이직을 위한 취업스터디를 병행하고 있다. 하반기 대기업 공개채용 전형이 시작된 지난 9월부터는 주말마다 필기시험 및 인적성검사를 보러다니느라 눈코뜰 새 없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씁쓸하다. 지금까지 6개 회사에 지원했지만 이중 절반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고 나머지 두 곳은 인적성검사에서 좌절을 맛봤다. 지난 주말 인적성검사를 치른 한 곳의 결과만 남겨둔 상태다.
A 씨는 “‘경력형 신입’으로 다른 지원자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니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직원이 3명에 불과한 영세 무역 중개기업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년 간 근무를 한 B(30ㆍ여)씨는 입사와 동시에 대기업 이직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다. 취업에 대한 부담으로 일단 경력을 쌓자는 심정으로 입사를 했지만 근무 환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사 3년차가 된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대기업 경력직 채용에 응시했지만 역시 결과는 참담했다. 결국 B 씨는 올해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지방소재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 해당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 채용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기업의 하반기 채용이 본격화되면서 이직을 노리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회사의 복리후생제도 등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으며 이중 32.4%는 실제로 이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사람은 고작 100명 중 6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중소기업 근무자의 이직성공률은 더욱 낮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07학년도 대졸자(전문대 및 4년제) 1만2915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0년까지 4년 동안 직장유형별 이동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7학년도 대졸자가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재직하다 2010년에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6.6%에 그쳤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출신의 경우 성공률은 2.8%로 더 낮았다.
이에 반해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은 훨씬 수월했다. 분석에 따르면 2007년 대졸자 중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2010년 현재에도 대기업 정규직으로 재직하고 있을 확률이 79.7%에 달했다. 대기업 비정규직 출신이 대기업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32.5%로 크게 떨어졌지만 중소기업 출신에 비해선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도 선망하는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직자의 이전 직장의 규모나 고용 형태보다는 관련 분야의 경력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채용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대졸자에게 노동시장 경력축적을 통한 선망직장으로의 취업 경로를 확대해 적극적 취업을 유도해야하며 이같은 조치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효과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