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시간, 질문시간서 제외 여야의원 21명 조례개정 발의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으로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습니까. 설명 좀 해보세요!”(A의원)
“의원님, 설명드리겠습니다. 그건….”(서울시 고위공무원)
“시간 없으니깐 됐고요. 서면으로 제출하세요.”(A 의원)
앞으로 서울시의회에서 이 같은 의원들의 일방적인 쏟아내기식 시정질문 모습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행정자치위원회 이형석 의원(새누리당ㆍ강동2)은 시정질문 시간을 현행 40분에서 30분으로 줄이되, 답변시간은 30분 제한시간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강감찬, 남재경, 진두생, 허광태 의원 등 여야 의원 21명이 공동 발의했다.
발의안에 따르면 조례가 개정되면 현행 40분인 시정 질문답변 시간은 30분으로 줄어든다. 대신 시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때는 초시계가 멈춘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들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시정에 대한 상황설명과 해명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회에서 적용되는 대정부질문 방식이다.
시정질문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의회가 집행부의 추진상황을 듣고 긍정적인 정책변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정질문은 의원들의 일방적인 발언으로 채워졌다. 의회 모습이 생중계를 통해 시민들에게 직접 노출되는 만큼 시정질문을 여론몰이와 시민들의 눈도장 찍기 기회로 악용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정에 대한 내용보다 공무원들을 매섭게 질타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더욱 자주 등장했다. 의원들은 정해진 40분을 일방적인 주장과 집행부에 대한 질책으로 대부분 사용했고 정작 들어야 할 집행부의 추진 과정 등은 시간 제한에 걸려 들을 수 없었다. 논의와 생산적 비판보단 절제되지 못한 감정표현들만 난무했다. 이로 인해 시정질문은 시 공무원들에겐 ‘깨지는(?) 시간’으로, 의원들에겐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인식돼왔다.
한 서울시 고위공무원은 “현재의 시정질문에선 의원들의 질문에 ‘예’ ‘아니오’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 “분명 잘못된 지적임에도 설명하려고 하면 시간 없다고 말을 끊어버려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시정질문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다. 그래서 미리 질문하려는 공무원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과도하게 질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형석 의원도 “그동안 시정질문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현재 시정질문은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다 끝나는 상황”이라면서 “서울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집행부 견제란 의회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동발의한 의원들 외에도 많은 의원들이 조례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임시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제24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음달 2일 시작되는 제42회 정례회부터는 새로운 조례가 적용된다.
<황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