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글-슈라이어 자동차 디자인 거장의 만남

크리스 뱅글 먼저 움직이는 인재가 중요 ‘소처럼 생각하는 말’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머리 3개 달린 개’ 작은 부분까지 아름다워야 ‘꼬리가 예쁜 여우’

피터 슈라이어 돈만 버는 사업은 빈곤한 사업에 불과 生의 추억 담는 자동차엔 감성 담아야 재즈처럼 디자이너도 발빠르게 변해야 크리스 뱅글과 피터 슈라이어. 세계 자동차 디자인을 이끄는 두 거장이 서울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두 거장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석자의 환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BMW, 아우디, 오펠, 피아트, 폴크스바겐, 기아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이 두 거장의 손을 거쳐갔다.

‘명불허전(名不虛傳)’. 두 거장이 헤럴드 디자인포럼 프리미엄 세션에서 보여준 열정은 명성 그 이상이었다. 사석에선 오랜 친분을 과시하듯 서슴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피력할 때에는 날카로운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세션에 참가한 각계각층 전문가의 심도 있는 질문과 두 거장의 경험이 담긴 생생한 답변이 오갔고, 직접 펜을 들고 드로잉을 하는 열정적인 모습에는 참석자들의 플래시 세례도 쏟아졌다. 눈앞에서 두 거장과 함께 호흡할 기회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했다.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책임자와 기아차의 디자인혁명을 가져온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프리미엄 세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행사장에서 만나자마자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인근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도 이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크리스 뱅글(왼쪽)과 피터 슈라이어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프리미엄 세션 행사에서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밝히고 있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 혁명을 주도해온 두 거장은 이날 독특한 화두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참석자들에게 디자인 영감을 설파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크리스 뱅글(왼쪽)과 피터 슈라이어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프리미엄 세션 행사에서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밝히고 있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 혁명을 주도해온 두 거장은 이날 독특한 화두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참석자들에게 디자인 영감을 설파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크리스 뱅글(왼쪽)과 피터 슈라이어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프리미엄 세션 행사에서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밝히고 있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 혁명을 주도해온 두 거장은 이날 독특한 화두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참석자들에게 디자인 영감을 설파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크리스 뱅글(왼쪽)과 피터 슈라이어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프리미엄 세션 행사에서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밝히고 있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 혁명을 주도해온 두 거장은 이날 독특한 화두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참석자들에게 디자인 영감을 설파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먼저 강연자로 오른 크리스 뱅글은 본인이 상상한 동물이라는 독특한 화두를 제시했다. ‘소처럼 생각하는 말’ ‘머리가 3개 달린 개’ ‘꼬리가 예쁜 여우’ ‘유니콘’ ‘다리가 거꾸로 달린 오리’ 등이 그것이다.

크리스 뱅글은 소(牛)가 움직일 때마다 한발 앞서 움직여 소의 앞길을 가로막는 말(馬)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보다 먼저 움직이는 말처럼 한발 앞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디자인 인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머리가 3개 달린 개가 낭떠러지 앞에서 망설이는 그림을 보여줬다. 그는 “머리가 하나만 달려도 낭떠러지를 무서워하는데, 머리가 3개나 달리니 더욱 낭떠러지를 두려워할 것”이라며 “낭떠러지는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항상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머리가 3개 달린 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예로 골프공처럼 디자인된 자동차를 들었다. 그는 “표면을 골프공처럼 디자인하라고 하면 너무 못생겼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구현해보니 연료 절감 효과가 11%에 이르렀다”며 “못생겼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것, 이게 바로 ‘머리가 3개 달린 개’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 모두가 사랑하는 디자인을 의미하는 ‘유니콘’, 고정관념을 깨는 ‘발이 거꾸로 달린 오리’, 빈곤층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 꼬리 등 작은 부분까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의미의 ‘꼬리가 예쁜 여우’ 등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강연 도중 각 동물 설명이 끝날 때마다 크리스 뱅글은 각 동물 그림을 드로잉했다. 꼬리가 3개 달린 개 등 다양한 동물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참석자들도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모습, 고정관념에 머무는 모습 등을 버리고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디자인, 빈곤층 등 모든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라”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차 디자인을 이끌면서 느꼈던 생생한 경험담을 전달했다. 그는 ‘돈만 버는 사업은 빈곤한 사업’이란 말을 인용하며 “자동차라는 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는, 상당히 감성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도중 자동차를 좋아하던 본인의 유아 시절 사진도 다수 공개해 참석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자동차산업이 그만큼 매력적이며, 한국 역시 눈부시게 자동차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라이어는 “처음 기아차에 왔을 당시에는 기아차가 별다른 특징이 없는 브랜드였다. 기아차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로 업무에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즈를 자동차 디자인과 비교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처럼 디자이너도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순간순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뢰 속에 자유롭게 영감을 펼치는 것, 그게 기아차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끈 비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직접 기아차의 상징인 호랑이코 그릴, 쏘울이나 럭셔리카의 이미지를 직접 드로잉했고, 참석자들은 자동차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며 곳곳에서 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질의응답에선 한층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갔다. 한 참석자가 최근 논란이 이는 디자인 특허에 대해 묻자 크리스 뱅글은 “디자인 특허권이 중요하지만 너무 장기간 이를 보장하면 창의성이 제한된다”며 “만약 그림 형제의 저작권이 평생 보장됐다면 디즈니의 많은 작품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이나 마케팅 분야 등 참석자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질문에서도 두 거장은 “디자인팀을 회사 내에서 별도 팀처럼 여겨선 안 된다” “나선형처럼 소통할 수 있는 기업 구조를 만들어라” 등의 경험담을 전달했다.

두 거장이 펼친 뜨거운 강연 열기에 참석자들도 만족감을 내비쳤다. 프리미엄 세션에 참석한 김윤후(32) 씨는 “두 거장의 독특한 디자인 세계관을 직접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도 “두 거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 디자인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될 경험담이 인상 깊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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