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불황기를 맞아 상품 기획자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창조형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 보고서에도 없던 일이다. 수요와 제품이 결합할 때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는 단순한 사실도 비껴갔다. 뜻밖의 시장성은 그래서 늘 진행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본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용도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불황으로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가치혁신과 비용혁신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능과 디자인이 더해져 다용도 아웃도어 신발로 확장된 트레킹화가 있다. 러닝화나 전문 등산화도 아니면서 어정쩡하게 후발주자로 나온 트레킹화는 일반 도로가 아닌 곳을 걷거나 뛰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상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멀티 아웃도어 슈즈’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되자 기존의 트레킹화에서 제품의 질을 한 층 높여 트레킹 뿐 아니라 워킹화, 하이킹화, 릿지화에 물신발(aqua shoe) 등으로 용도를 넓힌 제품도 나왔다. 공통점은 가벼우면서도 방수는 물론 투습, 충격 보호기능까지 강화돼 큰 인기다.

요리법이 발달하면서 나온 찜요리 용도로 개발된 타진(tagine)냄비도 원래 의도하지 않은 용도로 확대되면서 주부의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다. 타진냄비는 이제 생선찜, 닭찜, 고구마찜 등 고유의 찜요리는 물론 라면, 김치찌개, 전골, 밥솥으로도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했다. 타진냄비는 일반 밥솥이나 냄비보다 수분과 영양을 적게 빠져나가게 하는 동시에 원적외선 효과를 내 요리의 맛을 더욱 좋게 하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의 ‘잭슨세이프티 보안경’은 원래 산업안전장비로 만들어졌으나 시중에선 스포츠 고글 용도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방탄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해 안전하면서도 스포츠 고글형의 디자인, 자외선 차단 효과가 고글이나 선글라스와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보안경은 기능에 따라 자외선 차단, 김서림 방지, 적외선(열) 차단, 시력보호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따라서 등산, 자전거타기,기, 달리기 등 야외활동에 유용하다는 평가다. 가격(9000원)도 스포츠 고글의 10∼30분의 1에 불과해 불황기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행용 캐리어 역시 일상으로 확대됐다. 수 년 전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책가방 대신 여행용 캐리어가 쓰이더니 캐리어형 장바구니까지 나왔다. 어깨결림, 성장정체 등을 유발하는 무거운 책가방에 비해 운반이 쉽고 용량도 커 아예 ‘캐리어 책가방’이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불황으로 더 많은 고객가치창출이 기업들에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더 많은 가치를 더 적은 비용으로 창출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기능이 결합된 다목적 제품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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