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주년…중국의 한국기업 현실은
장강 뒷물이 앞물을 밀듯 한국기업 언제 밀려날지 몰라
그래도 한국의 살길은 중국 제2내수시장 전략이 최선
요즘 베이징(北京)에서 만나는 한국 기업인마다 얼굴이 환한 사람이 별로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한숨만 푹푹 내쉰다.
15년째 플라스틱 사출공장을 운영 중인 오모 사장은 “비용은 오르고 근로자들은 구하기 힘들어지는데 중국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마지막 전투를 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때마침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1992년 수교 이후 그동안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였던가. 한국 기업들은 한ㆍ중 수교 이후 새로운 ‘샹그릴라’ 중국으로 내달려 성공을 일궈냈다. 중국도 각종 우대정책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세계 제조업 생산기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중국의 시장상황은 엄청나게 변했다. 한국을 웃도는 임금상승률, 높아지는 물류비, 갈수록 고개를 드는 노사분규, 외국 기업에 대한 우대조치 축소, 여기에다 무섭게 따라붙는 현지 로컬업체들로 인해 한국 기업은 다각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거대한 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중국 제조기업들은 과거 1970~80년대 우리 기업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마른 솔잎’을 태우고 있다면 중국 현지기업들은 ‘참나무 장작’에 불을 지폈다고 비유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민다(長江後浪催前浪)’는 중국 말이 있다.
뒷물결(後浪·중국 시장의 변화)이 앞물결(前浪·한국 기업)을 쳐버려 이제 한국 기업이 떠밀리는 신세가 됐다.
한국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설 땅을 잃는다면 미래가 보장되기는 어렵다.
박근태 CJ 중국법인 대표는 우리나라에 중국은 ‘살길’이라고 표현하면서 “이전 20년 동안 수출기지로 중국을 활용해왔다면 앞으로는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는 전략을 마련해 변화된 경제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도시화의 진전으로 중국의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소비 중 서비스업 비중이 43%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이 부분을 개척한다면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가능한 한 빨리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란 큰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엔진이 멈춰지면서 침몰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국가와 민족의 ‘생존문제’와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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