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열기’ 與野도 勞使도 한마음이었는데…

노동계는 하투이어 秋鬪 지속 집값하락·가계빚 위기 현실로 독도문제 한·일 첨예대립 대선정국 정치권 표퓰리즘 재연

13번의 결승전 승리와 8번의 아쉬운 최선, 그리고 7번의 부활. 보수도 진보도 없었다. 여(與)도 야(野)도, 노(勞)와 사(使)도 잊었다. 메달을 따도, 메달을 놓쳐도 멋진 승부에 박수를 쳤던 17일, 런던올림픽 내내 대한민국은 하나였다. 흥분의 주말을 지내고 출근한 13일 다시 마주한 현실은 메달도 걸려 있지 않은데 온통 결승전이다. 박수도 ‘대~한민국’도 없고, 승자의 영광조차 없는 대결이다.

당장 가장 뜨거운 곳은 노사가 마주선 산업계다. 올림픽 덕분에 처서(處暑)를 지나며 하투(夏鬪)는 피했지만, 추투(秋鬪)로 이름을 바꿨을 뿐 경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자동차업계를 앞세운 노동계는 현재 곳곳의 사업장에서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금명간 파업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정치권도 노사 갈등에 적극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까지 겹치니 올해 노사 협상에서 임금 외에 각종 노동계 현안이 모두 쏟아지고 있다”며 “올림픽과 대선의 여파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세계 경제위기까지 겹쳐 산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던 안방은 현실에서도 결승전의 현장이다. 떨어지는 집값과 늘어나는 빚의 대결이다. 가계대출 잔액의 67.6%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이자 착취’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빚더미는 눈덩이다. 베이비부머 은퇴와 겹친 집값 하락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해진 양극화로 이미 가계는 패색이 짙다.

특히 최근에는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며 중도금 상환을 거부하는 경우가 늘면서 집단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다. 집단대출 연체율은 1.71%(5월 말)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85%보다도 높다. 지난해 3월 0.91%에서 1년 새 배 가까이 올랐다. 올 4월 기준 집단대출 잔액은 102조4000억원으로 연체 가능성이 높은 중도금 대출은 27조원에 달한다.

축구 한일전은 이겼지만, 외교 한일전은 이제 시작이다. 독도 도발을 담은 일본의 방위백서로 어느 정도 예고는 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하면서 대결의 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일본은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우리는 현 정부 내내 공들인 군사정보협정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사실상 포기했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심해지면 필요해질 한ㆍ중ㆍ일 통화 맞교환(swap)도 물 건너가게 됐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독도의 국제분쟁지역화’라는 일본의 전략을 도와준 셈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어, 양국 간 외교대결 수위는 국교정상화 이후 50여년 만에 가장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12월 판정을 앞둔 ‘대선’은 가장 ‘큰 판’이다. 승자에게 영광보다는 고행(苦行)이 기다리는 게임이지만, 선수들 모두 ‘패즉사(敗卽死)’의 각오다. 올림픽 기간에는 그나마 눈에 덜 띄었던 정쟁은 여야 모두 후보경선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제대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그런데 워낙 판이 크다 보니 정쟁의 대상도 굵직하다. 재원 마련도 없는 복지정책, ‘내가 더 세다’ 식의 재벌 때리기 등이다. 잘못되면 나라살림이 거덜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인임에도 ‘표(票)’만 얻을 수 있다면 뭐든 할 태세다. 그나마도 여권은 최근 공천헌금 비리의혹과 5ㆍ16 역사인식 등 과거사에 발목이 잡히며, 야권은 신기루 같은 ‘안철수 신드롬’에 사로잡혀 정책대결은 날이 갈수록 퇴색하는 모습이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결의 한가운데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