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실세·현직의원 잇단 소환조사 개인비리서 대형게이트 비화 조짐
정두언 “10억 기부하려 했었는데…” 뜬구름 잡는 해명, 의혹만 더 키워
檢 2007년 대선 ‘검은커넥션’ 확인 김학인 前이사장 로비도 병행수사
검찰의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수사가 초반부터 급피치를 내고 있다. 정권을 낭떠러지로 몰 대형 게이트의 냄새가 풍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개인비리로 출발한 이번 검찰 수사가 현 정권의 대선자금 불법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2007년 대선에서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참모역을 맡고 있던 시기에 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 서너 곳으로부터 모두 9억원가량의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은 여기서 임 회장 등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하는 오른팔 역할을 해 왔다.
때문에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또는 청탁 대가 뒷돈의 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전용됐는지 여부도 확인될 것이란 관측이다.
▶증폭되는 의혹=검찰 소환을 앞둔 정 의원은 3일 언론을 통해 “2007년 대선 전 임 회장이 (대선을) 돕겠다 하기에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줬다”면서 “돕겠다는 의미는 묻지 않았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상 임 회장을 소개해준 인물로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정권을 향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 전 의원이 대선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에 대해 아는대로 검찰 조사나 언론 앞에 폭로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이튿날인 4일 정 의원은 트위터에 “(대선자금 운운은) 언론의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에게 돈을 건네받는 자리에 내가 동석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수사대상에 오른 것을 알게 된 정 의원이 해명 석상에서 “10억원을 기부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이러면 안된다”고 뜬금없이 했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의원을 소환하기로 한 것은 이 전 의원과 별개로 진행한 사안”이라며 “이 전 의원의 소환조사를 계기로 결정된 게 아니다”고 전했다.
전직도 아닌 현직 의원을 서면도 아닌 직접 소환 방식으로 조사하고, 혐의가 짙은 ‘참고인성 피혐의자’로 분류한 데는 그만큼 사법처리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정 의원에게 적용하려는 혐의도 이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현재 속단하기 어렵다.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을 구속기소 등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을 원할 수도 있지만, 대선자금 불법 조성 의혹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2인자와 오른팔, 2개 사건에서 드러난 커넥션=이 전 의원과 정 의원 간 인맥관계는 이번 저축은행 비리수사에서 공공연히 드러났지만, 이전에도 이들 간 모종의 커넥션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김학인(49ㆍ구속기소) 전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이 그것이다.
이 사건에서 이 단체 경리직원은 “김 이사장의 지시로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인 2007년 11월 31일 현금 1억원씩 든 상자 2개를 만들어 김 이사장에게 줬다. 김 이사장은 그 상자를 이상득 의원 등 정권 실세에게 제공했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공천헌금 2억원’이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 전 의원에게 김 전 이사장을 소개해준 이가 바로 정 의원으로 지목된다. 정 의원의 지역구 서대문을 지역에 김 전 이사장의 한예진이 소재한 까닭에 자연스레 친분을 쌓았던 것. 정 의원은 그뿐 아니라 김 전 이사장에게 수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동시에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이 완강히 이를 부인한 까닭에 더이상 수사를 진척하진 못했지만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해당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마지막 한방’을 기다려 왔다.
이런 상황을 따져보면 2개의 사건에서 각각 정 의원이 재력이 있는 인사를 이 전 의원에게 소개시켜 주고, 이 인사는 정 의원과 이 전 의원에게 청탁 등 불법 성격의 자금을 지원한 구도가 형성된다. 항간에서 바라보던대로 ‘한통속’ ‘한세트’인 셈이다.
검찰 역시 실제 이 두 사건과 정 의원, 이 전 의원을 연관지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전 의원을 소환하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김 전 이사장을 불러들여 조사한 검찰은 “아직까지는 나온 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4일엔 “정 의원에 대해 임 회장과 관련한 사건만 들여다보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사실상 정 의원에 대해서도 김 전 이사장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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