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선에 응급 의료진 조차 없어 생명구할 골든타임 놓쳐 아까운 목숨만 실종자 가족들 “애꿎은 사람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던 30년 경력의 베테랑 민간잠수사가 사망하면서 무리한 잠수사 투입이 화를 불렀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장에는 잠수병 전문 의료진도, 사전건강검진 시스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는 전날 오전 6시6분쯤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입수해 구명로프(가이드라인) 이전 작업을 하던 민간잠수사 이광욱(53) 씨가 사고 해역에 투입된 지 11분 만에 의식을 잃고 숨졌다고 밝혔다. 대책본부 측은 “이 씨가 수심 22m에서 6mm 유도선에 산소 호스가 걸린 상태로 마스크를 벗고 엎드려 있었다”고 발견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 씨의 사망을 두고 대책본부가 여론을 의식해 사전 준비없이 무리하게 민간잠수사를 투입하면서 2차 인명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 구조작업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숨진 이 씨의 경우 체격이 커서 사실 잠수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숨소리가 중단돼 가 보니 마스크와 웨이트 등을 다 벗고 있는 상태였다”며 “체격이 크면 과호흡이 올 수도 있고, 마스크가 압착이 잘 안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민간잠수사들은 사전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채 자원봉사를 신청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구술로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은 있으나, 잠수부들의 실제 건강을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중에서 잠수사의 건강에 이상이 올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데다, 잠수사의 건강 문제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구조 지연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건강 상태 확인이 중요하다.
또 잠수사들이 바지선 위에서 대부분 생활을 하는데도, 바지선 위에 응급 의료진이 배치돼 있지 않은 문제도 지적됐다. 대책본부 측은 “바지선에 전문 의료진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사후약방문’식 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대식 한국 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다이빙은 베테랑 중에서도 지금까지 일하던 사람들을 엄선해서 제대로된 스케쥴로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민간잠수사 증원 요청이 많다보니 검증 안된 사람을 자꾸 투입하게 된다”고 했다. 또 “하루에 최대 40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피로도같은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드라이수트 내피가 없어 남의 것을 빌려쓰고 있고, 안약, 두통약 등 섬세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도 체육관의 실종자 가족은 민간잠수사 사망을 애도하면서도 구조 중단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 나모(65) 씨는 “안그래도 민간잠수사 분 이야기를 듣고 중단한다는 말도 나오고 해서 걱정이 됐다”며 “이제 몇 명 안남았는데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도=서지혜·박혜림·이수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