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호암 생가는 이미 경남지역에서는 손꼽히는 관광지다. 지난 2007년 생가를 일반에 개방한 이래 평일에는 400명, 주말이면 800명이 호암의 족적을 살피고 기를 받기위해 생가를 찾는다.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다. 풍수지리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는 아예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경남의 모 군이 유럽과 남미지역에서의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가 및 기업가들을 초청했는데 “몇시간 거리에 삼성 창업주의 생가가 있다”는 설명에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생가 방문을 원해서 해당 지자체가 곤혹을 치른 일도 있었다.

호암 생가를 찾는 많은 방문객들이 반드시 발길을 멈추는 곳이 생가 안쪽의 바위다. 안채의 우측 뒷편에 자리해 집터의 병풍역할을 하는 바위에는 길운을 몰고온다는 상징들이 가득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바위 한 가운데 하단에 있는 밭 전(田)자 문양이다. 정사각형으로 정확하게 잘라진 바위가 마치 밭 전자 처럼 생겨 이 집터에 돈이 몰려든다는 곳이다. 부자의 기를 받겠다고 생가를 찾는 이들은 열이면 열, 밭 전자 문양을 손으로 문지르고 얼굴로 부비고 간다. 바위가 맨질맨질하다. 원래 바위 앞은 화단이었지만, 워낙 바위에 몰려드는 사람이 많아지자 생가 관리소측에서 아예 좁은 길을 냈다.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생가.<br />의령=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m.com 2012.05.18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생가.
의령=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m.com 2012.05.18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생가.
의령=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m.com 2012.05.18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생가. 의령=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m.com 2012.05.18

바위 좌측 상단부에는 거북이(자라) 한마리가 자리잡고 있다. 비스듬하게 바라보면 등껍질 사이로 영락없이 거북이가 목을 쭉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보무병 장수와 부귀영화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반대쪽인 바위 우측 상단에는 바위조각들이 층을 지어 쌓아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은 쌀가마니를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이는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 같다고 말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옛날 책을 층층히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뭐가 되었건 간에 재물이 집안에 그득하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해석한다.

이 바위가 실제 영험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호암이 워낙 유명한 사람인지라 방문객들이 저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바위들이 방문객 각자에세 각별한 의미로 다가가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무형 생가관리 소장은 원래 이 바위 앞에는 호암 가문의 방앗간이 있었다고 알려준다. 2층규모의 디딜방아가 있었다고 한다. 가문이 보유한 땅에서 나는 곡물들을 도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2층은 정자가 있어 가문의 여성들이 모여 뜨게질을 하거나 아이들이 공부하는 터로 쓰였다. 호암 역시 그곳에서 바위를 쳐다보며 책을 읽고, 낮잠을 잤을 것이다.

이병철 회장의 기를 받기 위한 관람객들의 행렬은 마을에 재미난 풍경을 하나 더 낳았다.

중교리를 걷다 보면 계속 마주치게 되는 간판이 ‘부자OO’ 이다. 몇 분 걷는 새 부자식당, 부자고깃집, 부자매점, 부자망개떡, 부자분식 등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상점의 상호가 ‘부자’다. 평범한 상호의 간판은 찿기 힘들 정도다. 몇년 전 한 식당이 부자라는 상호를 쓴 후 손님이 몰려들면서 주변 가게들의 상호도 모두 바뀌었다고 한다. 아예 호암OO, 삼성OO을 쓰고 싶어한 가게도 두어군데 있었지만 “그래도 호암선생이나 삼성에 민폐 끼치지 말자”는 지역상인들의 합의로 ‘부자’로 통일했다는 것이다.

sw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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