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유럽 재정위기의 끝이 안 보이는 가운데 역내 경제 위기가 자국 금융시장에 전염되는 현상을 막으려는 금융당국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이들이 자국이기주의적인 정책을 속속 채택하면서 일각에서는 ‘금융감독 민족주의’ 가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각국이 자국에 지점을 개설한 유럽계 은행을 차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국의 현금자산이 외국에 대규모로 빠져나가 금융시스템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심산이다. 과거 EU회원국들의 합의로 마련된 국경을 초월하는 금융시스템이 이제는 한 나라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염되는 주범으로 꼽힌다고 WSJ는 전했다.

이같은 사태는 2011년 가을 독일 금융감독당국이 독일에 있는 자국 은행지점에서 수십억 유로를 빼낸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은행을 제재한 데서 촉발됐다. 독일연방금융감독국(BaFin)은 상대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이탈리아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국의 시스템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한때 양국 금융당국간 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고갔다. 결국 2012년 3월, 유니크레디트는 독일지점들이 본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절반규모로 줄일 것이라고 독일연방금융감독국에 약속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양측 관계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역내 다른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리스 금융당국은 프랑스 은행이 지분을 가진 그리스 현지 은행들에 한해 그리스 중앙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프랑스 은행들이 차별이라고 반발한 적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영국 금융청(FSA)에서 은행 감독 책임자로 일했던 존 페인은 이같은 경향에 대해 “금융감독 민족주의가 단일시장을 시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2011년 이런 문제를 풀고자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생겼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안드레아 엔리아 EBA의장은 지난 5월 23일 EU 특별 정상회의 연설에서 “아직도 갈길이 멀다” 고 토로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