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경제의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대외 불안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눈덩이 가계부채, 기업 경쟁력 약화에다 저출산ㆍ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우리경제가 자체적인 회복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조정해 2%대 중반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그나마 재정이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양상이다. 재정투입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성장률은 1%대에 머물러 초저성장이 조기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경제체질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 구조조정을 통해 각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공부문과 노동ㆍ소득ㆍ분배 구조를 개혁해 경제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지 못할 경우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속속 낮아지는 성장률, 2%대 중반이 대세=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를 동결한 후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2%에서 1.1%로 각각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지난 4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춘 데 이어 대내외 여건변화를 반영해 3개월 만에 다시 낮춘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성장률(2.6%)보다 0.1% 포인트 높지만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로 2%대에 머물다 2014년 3.3%로 반등했지만 이후 2%대로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주요 경제관련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대체로 2%대 중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2.8%로 가장 높게 내다보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은행과 동일한 2.7%,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은 2.6%로 예측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5%로 예측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이 2.5%를, 한국경제연구원은 2.3%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이 하반기의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에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에 대응할 방침이지만, 조선ㆍ해운업 등의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Brexit) 등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금융불안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가계부채 누적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재정지출에만 의존하는 경제…2년 연속 추경=우리경제의 자체적인 복원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재정기여도가 성장률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해, 이를 제외하면 1%대 성장에 머문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KDI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제출 자료를 통해 지난해 성장률 2.6% 가운데 재정의 기여도가 0.8%포인트였다고 밝혔다. 공무원 월급 등으로 지출한 정부 소비의 기여분이 0.5%포인트, 사회간접자본(SOC) 등 정부 투자의 기여분이 0.3%포인트였다.
재정이 기여한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민간에 의한 성장률이 지난해 1.8%에 그쳤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들어 성장률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성장률이 3.7%를 기록한 2011년의 경우 재정 기여도는 0%포인트였지만, 2012년에는 0.4%포인트, 2013년 0.6%포인트, 지난해 0.8%포인트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0.5%였는데 민간 기여도는 제로(0)인 반면 재정기여도는 0.5%포인트로 나타났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등에 힙입은 재정이 경제성장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정부는 올해도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성장률을 관리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악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과 기금운용계획 등 재정보강으로 단기적인 성장률을 0.2~0.3%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경을 편성키로 함에 따라 출범 이후 4년 동안 3차례 추경을 편성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경제 체질개선보다 계속해서 돈을 푸는 단기 부양에 의존할 경우 우리경제의 자체 복원력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 각 부문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산업과 기업은 물론 공공부문과 노동시장 등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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