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곳 없는 서민층 퇴출 저축銀 점유율50% 육박…서민 2명중1명은 빌릴곳 잃어 대부업체4곳도 영업정지 처분…신용카드 발급제한도 ‘높은벽’
지원제도는 ‘제자리’ 햇살론·미소금융등 제한적…절차 복잡하고 제약도 많아 까다로운 상환능력심사 여전…불법사금융 물밑거래 우려도
서민금융회사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저신용ㆍ저소득층의 자금줄에 비상이 걸렸다. 서민금융회사는 계속 줄어들고 대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제도는 그대로다. 정부의 대책 없는 규제가 금융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줄어드는 서민금융회사=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대형사 6곳을 포함해 저축은행 20곳이 문을 닫았다. 저축은행은 일반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고객들이 ‘0순위’로 찾는 제도권 금융회사다.
퇴출된 20개 저축은행의 총 여신 규모는 25조원에 달하고,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서민 2명 중 1명이 돈 빌릴 곳을 잃은 셈이다.
대형 금융지주사 등 1금융권에서 이들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을 재개했지만 저신용ㆍ저소득층이 이용하기는 한층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이자를 받아오다 적발된 대부업체 4곳이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 대부업체는 사금융으로 가기 직전인 고객들이 연 39%의 고금리를 감수하고 이용한다.
이들 대부업체는 가까스로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영업은 하고 있지만 대부업계 전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들과 거래해 온 고객은 115만6000명에 달한다. 전체 대부업체 이용자 수의 45%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대출도 옥죘다. 수신액의 80%까지만 대출을 허용하고 고위험 대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특히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금융취약계층이 기댈 곳을 없앴다.
오는 8월부터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400만명)에게 신용카드 신규 발급을 제한한 것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는 목이 탄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대거 퇴출되고 2금융권의 대출심사가 강화돼 서민들만 고통받고 있다”면서 “불법 사금융 척결의 지름길은 이를 대체할 서민금융지원제도를 강화,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 저축은행이 20여개 이상 퇴출되는 등 서민금융기관이 잇따라 쓰러지는 가운데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기관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금융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저축은행 창구. [헤럴드경제 사진DB]
▶서민금융지원제도는 ‘제자리’=서민금융회사는 계속 줄고 있지만 서민금융지원제도는 수년째 그대로다. 최근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자 중 실제 서민금융지원제도 혜택을 보는 경우가 드문 것도 같은 이유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지원제도로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이 있지만 사금융을 이용한 금융취약계층을 떠안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을 단속한다고 해서 사금융이 사라진다고 보면 오산”이라면서 “사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 만큼 더 은밀하게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하려고 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제약이 많아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소액대출의 경우 전화 한 통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2금융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신청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지난달 30일 불법사금융 피해자 간담회에서 “과거 신용등급은 낮지만 연 매출액이 4000만원 넘어도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어 사금융 7곳에서 돈을 빌렸다”고 토로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선 현장에서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취급하는 직원들의 재량이 전혀 없다”면서 “민간에서 이뤄지는 서민금융지원제도와 새로 추진되는 복지정책 등을 통합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