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김항곤 경북 성주군수는 지난 12일 오후 6시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 군수는 이튿날 지역 주민들과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국방부를 항의 방문했다. 14일에는 지역 경로당에 걸려있는 박근혜 대통령 대형사진이 철거됐다. 15일 성주군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지난 13일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에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반대 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성주군수부터 지역 어르신까지 조직적인 움직임에 중앙정부도 혀를 내둘렀다.
반대 운동에 선봉에 선 김항곤 성주군수는 사드 배치 지역 발표 하루 전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단식은 생명을 위협받기 때문에 통상 마지막 카드로 사용한다. 김 군수의 단식은 앞으로 전개될 반대 운동의 수위를 암시했다.
김 군수와 지역 주민 230여명은 13일 버스 5대를 나눠타고 4시간을 달려 국방부에 도착했다. ‘사드 결사반대’라고 쓰인 어깨띠와 머리띠를 두르고 기자회견을 했다.
김 군수는 “지역에 공장이 하나 들어오더라도 공청회를 열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다”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상대로 한마디 상의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사이 김 군수와 지역 대표들은 혈서를 썼다. 이 혈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보는 앞에서 펼쳐졌고 카메라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편에 섰던 지역 어르신도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성주에는 박 대통령의 집성촌이 있다. 집안 어른들까지 박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성주읍 한 경로당에 수년째 걸려있던 박 대통령 대형사진은 한순간 철거됐다.
15일에는 성주군 학부모들이 움직였다. 초ㆍ중ㆍ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등거 거부 운동이다. 무려 800여명의 학생들이 집단 결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드레이더의 위험구역으로 알려진 반경 3.6㎞에는 성주중앙초등학교와 성주여자고등학교가 있다.
뒤늦게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성주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 거친 욕설을 듣고 물병과 달걀 세례까지 받으면서 쫓겨났다. 우는 아이 뺨까지 때려준 셈이다.
김 군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성주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하겠다”면서 “‘시위를 위한 시위’를 하는 외부인이나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박 대통령이 성주를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김 군수와 달리 지역 국회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주는 주민 5만명에 불과하다. 정통 TK 지역인 만큼 설득이 쉬울 것 같았던 중앙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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