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총선은 지역현안, 인물 대결이라는 말이 종종 들리지만, 기본 바탕은 선거 당시 위정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민심의 반응이다. 총선은 지역출신 입후보자의 됨됨이를 보는 것 같지만, 표심의 절반이상은 나라살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총선은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하고, 대선은 미래를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대선은 시대정신이 크게 작용하고, 총선은 집권세력의 잘,잘못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로 여-야-청 간 공방이 뜨겁다. 민주당이 공세를 퍼부으면, 청와대는 “당신네들이 집권할때도 했다”고 맞받아지고, 새누리당은 양비론을 취하면서도 민주당에게는 강도 높게, 청와대에 대해서는 다소 약하게 비난하고 있다. 일단 이 현안은 청와대 등 범여권의 ‘물타기’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약간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새누리당측은 수도권에서 불과 며칠 사이 5석을 잃었다고 했다. 한 선거분석 담당 관계자는 “역전당할 가능성 수치를 ‘5%포인트 우세’로 봤는데, 4월들어 ‘10%포인트’로 계산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엄살일수도 있다.

야권 공천 및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잡음과 부정경선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정실, 특정계파 중심의 공천에 이어 진보당과 민주당 후보가 야권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이정희 진보당 공동대표의 불출마 선언까지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은 석달간 30석을 잃었다고 했다. 민주당측은 이런 주장역시 실증적이지는 못하다.

과거의 예를 돌아보면 사찰, 공천갈등, 부정비리 등 수시로 발생하는 현안은 도도한 큰 흐름, 즉 그간 쌓인 불만과 그에 따른 심판의지에 비해 파괴력이 없었다. 이른바 색깔론, 북풍 등도 2000년부터는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천안함 문제를 선거에 활용하려던 여권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를 들고나온 야당에 참패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큰 이슈는 “에이 더러운 세상”, “나쁜 놈들 국록을 받아먹고는 한다는 짓이...”, “경제 성장은 된다는데, 왜 이렇게 점점 살기어려워지는 거야”, “기성세대가 다 해먹고 아랫세대로 갈수록 힘들어지는 이 구조 반드시 바꿔야해” 등등 ‘누적된 민심’에 의한 정권심판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야당도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2000년 16대 총선때 사상 최초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소식과 IMF위기를 2년도 안돼 극복하고 있다는 단발성 호재로 당시 여권이던 민주당 반색했지만, 측근들의 전횡, 옷로비 의혹사건 등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악재에 더 큰 상처를 입으면서 ‘예상외의’ 패배를 당했다. 처음으로 개혁정권이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도덕적인 면에서 실망했다는 여론때문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은 그 어떤 이슈도 한나라당이 주도했던 노무현대통령 탄핵 의결, 그리고 그에 따른 국민적 분노와 역풍을 넘어서지 못했다.

18대 총선때의 여당 압승은 집권초기 ‘허니문’ 기간이었다는 점과 넉달전 대선때 시대정신으로 작용했던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러들지 않았다는 점이 중첩됐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당시 새정부 내각 인사파동, 고소영, S라인논란, 부정축재, 도덕성문제 등이 불거졌지만, ‘경제회생’ 기대감이라는 큰 흐름 앞에서는 별 것 아닌 변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꽝, 공정성은 빵”이었다는 것이 지금의 민심이다. ‘연 7%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해 7대강국이 되겠다’던 이명박 정권의 경제목표가 ‘허언(虛言)’으로 귀결되면서 가졌던 배신감과 실망감, 역대 정권 상위권으로 기록될 30여명의 대통령 측근비리, 장관 후보랍시고 나왔다하면 비리백화점인데도 국회 청문회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하는 행태, 대통령 본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내곡동 사저 편법 건립 시도, 최측근에 대한 편파수사와 보호 논란을 비롯한 공정성 의심사례 등등 누적된 국민 불만이 작금의 정치공방 이상의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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