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들만의 세상’인 줄 알았던 TV가 ‘특권의식’을 버렸다. 스타들의 신변잡기에 주목한 토크쇼는 도태되고, 그들의 꽁꽁 숨겨뒀던 일상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주목받았다. 이제는 아예 일반인과 스타가 섞인 프로그램이 더 각광받는다. “방송이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자 TV 콘텐츠는 일반인을 출연시키거나 일반인 가운데 특별한 사람은 찾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됐다.
현재 방송가에도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흔하다.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 호황을 맞은 ‘음악예능’은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일반인들의 무대(SBS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MBC ‘듀엣가요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다. 일반인 출연자가 주인공이 돼 그들의 고민(KBS2 ‘안녕하세요’, SBS ‘동상이몽’)을 나누고, 하나의 주제로 깊이있는 토론(JTBC ‘비정상회담’)을 진행한다. 리얼리티쇼의 주인공도 된다. 20~30대 미혼남녀 100명이 미팅을 하는 서바이벌(JTBC ‘솔로워즈’)까지 등장했다. 나영석 CJ E&M PD는 일반인 80명과 함께 떠나는 여행 예능을 기획하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현재의 예능에선 기존의 스타가 나와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예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시청자를 끌 수 있다”는 데에 공감한다.
이미 얼굴을 얼굴을 알린 스타들에게선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일반인의 TV 출연은 그들을 새로운 스타로 이끌기도 한다. TV에 익숙하지 않았던 외국인과 셰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일면식도 없었던 노래 잘 하는 일반인이 스타와 대결을 벌여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올 2월 SBS 음악예능 ‘신의 목소리’에 출연했던 여고생 권애진은 방송 출연 이후 5개월 만에 디지털 싱글까지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매력있는 일반인을 섭외해 스타로 만드는 것”이 음악예능에서도 필수요소가 된 상황이다.
일반인 프로그램의 장점은 두 가지다. 인위성이 덜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평범한 일반인의 출연으로 동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룬 것 역시 시청자들의 리얼을 향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해도 카메라가 익숙한 스타들은 만들어진 표정과 행동을 하는 데에 익숙하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예능 PD는 “일반인의 경우 카메라를 덜 의식하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 보다 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관찰예능’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주인공은 카메라가 낯선 일반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이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은 심심하고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지상파 채널의 한 예능PD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파괴력있는 성공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며 “유럽이나 미국은 일반인 리얼리티쇼가 강세이나, 국내의 경우 아직 시청자의 취향은 연예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많은 프로그램이 연예인과 일반인의 조합을 내건다. JTBC ‘솔로워즈’ 역시 일반인 100명을 이끌 MC로 김구라가 함께 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오윤환 PD는 “일반인 100이 나오다 보니 우려가 있었다. 아무리 재밌게 만든다 해도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약점 때문에 연예인 MC를 섭외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그램을 완전히 끌어갈 주체는 20~30대 일반인 남녀다. 오 PD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30대 젊은 세대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세대의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높이는 지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 방송가는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며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의 설정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 리얼리티와는 달리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잘 드러낼 수 있고, 평범한 일반인을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준연예인, 즉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 단계에 있는 인물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광받고, 연예인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 연예인과 일반인이 섞인 프로그램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구성이나 게임, 설정이 조금씩 사라지는 과정”을 거쳐 “향후엔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옮겨갈 것”이라는 예능가의 전망이 나온다.
최재윤 딩고스튜디오 총괄PD는 “매체 다변화로 이미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가 엷어진 데다, 개인화되는 모든 미디어에선 동질감, 유사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다수를 상대하는 미디어에 일반인만큼 동질감을 불러올 수 있는 대상이 없다. 이같은 추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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