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측근인 왕리쥔(王立軍)의 미국망명 시도 사건으로 정치적 타격을 받은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서기가 결국 해임됐다.
태자당의 일원인 보시라이의 낙마는 공산당 지도부 간 타협의 산물로 차기지도자 시진핑 부주석의 집권 이후 정권안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시라이의 공백으로 인해 올가을 최고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각 계파간 물밑 권력투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시라이의 낙마는 타협의 산물=이번 보시라이의 낙마는 왕리쥔 사건이 불거진 이후 당 지도부가 벌인 1개월여의 고심끝에 나온 ‘정치적 타협물’로 분석된다.
왕리쥔 사건이 터진 후 제기된 보시라이의 책임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왕리쥔이 공론화한 보시라이 일가족의 축재와 불법해외자산유출이다. 두번째는 왕리쥔에 대한 상급자로서의 관리책임이었다.
당 중앙은 첫번째 책임은 묻어두고 두번째 책임만을 묻는 식으로 사태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축재비리 등을 추궁하면 보시라이가 속한 태자당의 정치적 정당성과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게된다. 그래서 태자당과 상하이방 연합세력들이 후진타오의 공청단파와 타협, 보시라이의 추락을 어느 정도 선에서 막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입장정리 하에서 당 중앙은 보시라이의 충칭시 서기직만 박탈했다. 때문에 보시라이는 여전히 공산당원이며 국가수반의 의전을 받는 중앙정치국위원 직은 유지하게 됐다. 사실상 명예로운 퇴진을 열어준 셈이다.
게다가 당 중앙은 보시라이의 후임으로 반대파벌인 공천단파 출신이 아닌, 상하이파인 장더장 부총리를 보내는 식으로 배려를 했다. 상하이방은 태자당과 연합을 구축해놓은 상태여서 보시라이로 보면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보시라이의 퇴진에는 당 원로와 현 지도부가 시 부주석의 집권 이후 정권안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화합과 단결을 중시하는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상, 보시라이의 강한 개성과 튀는 행동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보시라이의 이런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보다는 야심이 크고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쪽으로 해석됐을 것으로 보인다.
▶‘충칭모델’의 좌절=보시라이는 충칭시 당서기에 취임한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치국이념으로 지속가능 성장에 방점을 둔 ‘과학발전관’과는 배치되는 좌파식 분배를 중요시하는 이른바 ‘충칭모델’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조폭과의 전쟁’을 전개하면서 전임 충칭 서기이자 라이벌인 공청단의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 및 허궈창(賀國强) 중앙기율검찰위원회 서기의 수족들을 쳐냈고 그들에게 조폭 비호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빈부·지역·도농 격차 등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중국 현실에서 보시라이의 ‘충칭모델’과 ‘조폭과의 전쟁’은 좌파들을 보시라이 주변으로 결집시켰고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때문에 이번 보시라이의 실각은 궁극적으로 좌파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앞으로 보시라이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충칭 모델’은 난항이 예상된다. 대신 ‘충칭 모델’과 치열한 경합을 보였던 왕양 광둥성 당서기의 ‘광둥 모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왕 서기는 후진타오 주석의 적극적 지원을 받으며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되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광둥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차기 상무위원은 누가?= 태자당의 일원으로 유력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였던 보시라이의 낙마로 중국 핵심부의 권력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공청단)파’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이끄는 ‘태자당(太子黨)’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상하이방(上海幇)’이 태자당을 측면지원하는 구도로 짜여있다.
우선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올 가을 누가 보시라이의 공백을 메꾸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하느냐는 것이다.
지금으로서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후진타오 계열),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서기(공청단파의 좌장),왕양 광둥성 서기(공청단) ▷장쩌민과 쩡칭훙 계인 장더장 부총리(장쩌민계),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서기(장쩌민계), 류윈산(劉雲山) 중앙선전부장(장쩌민계)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상하이방+공청단), 칭화대 출신의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공청단+태자당) 등이다.
현재 차기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인력풀에는 공청단 계열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보시라이의 낙마는 가뜩이나 인력풀에서 밀리는 부족한 태자당이나 상하이방 계열로서는 상당한 손실이다.
태자당이나 상하이방 계열에서는 보시라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 급선무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보시라이의 라이벌인 왕양 광둥성 서기는 이번 사건으로 큰 반사이익을 챙기게됐다. 왕양은 보시라이가 낙마함에 따라 후진타오의 공청단 계열의 몫으로 가질 상무위원 자리에 가장 유력한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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