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인물조각을 선보여온 작가 이영섭이 부산 해운대의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바닷가에서’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갖는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작가는 바닷가의 추억과 동화를 주제로 한 편안한 작품들을 출품했다.

이영섭의 조각은 제작과정이 독특하다. 땅에 그림을 그리고 거꾸로(음각) 파낸 다음 거푸집으로 삼아 그 안에 돌과 시멘트 혼합재료를 부은 후 굳으면 이를 캐내는 방식이다. 그리곤 최소한만 매만져 작품을 마무리한다.

땅을 파고 캐냄으로써, 거푸집은 허물어져 버린다. 단 1점의 오브제를 찍어내고 수명을 다하는 셈. 그의 조각은 따라서 여러 점을 떠내는 여타 청동조각 등과 궤를 달리 한다. 또 땅 속에서 조각을 캐내는 행위는 일종의 아트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이같은 작업방식은 이영섭만의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를 ‘발굴작가’로 불리게 한다.

이영섭 바닷가에서 / 조각가 이영섭, 바닷가에서 전
이영섭 바닷가에서 / 조각가 이영섭, 바닷가에서 전

그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나온 최소한의 형상 안에서 처리되는 것이 묘미다. ‘거꾸로 파내기’는 꾸밈을 없애려는 의도적인 장치가 되곤 한다. 형태를 지우며 간신히 눈, 코만 남는 형상은 어눌하고 수줍어 더 매력적이다. 또 한발 물러서는 듯한 선들은 지극히 덤덤한, 민중의 초상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고유한 질감이 더해져 한결 넉넉하고 푸근하다.

이영섭 아이 / 조각가 이영섭, 바닷가에서 전
이영섭 아이 / 조각가 이영섭, 바닷가에서 전

전시에 나온 이영섭의 신작은 색(色)과 이미지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풍성해졌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여름과 가을, 부산 바닷가에서 채취한 돌 조개 산호 모래 등 바다의 흔적을 사용해 바닷가의 추억과 동화를 살려내고 있다. 051-581-564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