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진실의 표상?

우리 몸에 얼굴이 없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은 우리 몸에 팔 다리 하나가 없으면 어떨까라는 질문과 천양지차가 있다. 얼굴. 우리는 우리 얼굴의 존재를 너무 당연시한다. 하지만 얼굴은 자연적인 신체 기관의 하나를 뛰어넘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얼굴: 감출수 없는 내면의 지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벵자맹 주아노 지음 ; 신혜연 옮김 /21세기북스
얼굴: 감출수 없는 내면의 지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벵자맹 주아노 지음 ; 신혜연 옮김 /21세기북스

예를 들면 얼굴은 문화마다 다르게 구축되는 개념의 하나다. 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원주민은 자신의 육체에 딸린 얼굴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고, 또 다른 사회에서는 얼굴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가면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인이 얼굴에 미소를 띨 경우, 이는 존경의 의미나 당황의 의미 모두 될 수 있으며 반드시 즐거움이나 기쁨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장례식에서의 눈물이나 발작적인 울음 또한 실제로 슬퍼서 나오는 것 일 수 있지만 관습에 따른 행동일 수도 있다.

<얼굴-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21세기북스. 2011)은 제목 그대로 얼굴에 대한 보고서다. 예술과 철학과, 미학, 인류학과 같은 다양한 관점을 통해 분석한다. 다양한 인문 책 속에서 얼굴관련 인용한 대목이 매력이다. 그 한 부분을 옮긴다.

[포스트잇]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얼굴에 관한 아름다운 구절이 나온다.

화자는 나이먹은 할머니를 부모처럼 사랑한다. 두 사람은 워낙 오랫동안 같이 살았기에 사실 똑바로 바라본 적이 거의 없다. 어느 날, 할머니가 병에 걸려 그는 휴가를 중단하고 집으로 간다. 그런데 집에 가서 그의 눈에 문득 들어온 할머니는 그 오랜 세월 마음속에서 그려온 할머니 얼굴이 아니다.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의 거리와 할머니의 병 때문인지 몰라도, ‘늙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대신, 그는 한 늙고 천박하고 낯선 여인의 얼굴. 그때 자연스럽게 했던 것은 마음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습관적으로 짓는 표정 하나하나가 마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우리가 보는 것은 그들의 진짜 얼굴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에 의해 만들어지고 고정된 그들, 즉 ‘죽은 사람들’이다. 화자가 덧붙였듯이 “모든 사랑받는 얼굴 하나하나는 과거의 거울이다.” 매우 흥미로운 말이다.

이는 얼굴과 함께 시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얼굴은 시간이 감에 따라 주름을 새긴다. 다른 신체 부위는 옷으로 감출 수 있지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노화가 새겨진다. 얼굴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진실이다. 143~144쪽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