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장모(25ㆍ여ㆍ고려대4)씨는 최근 ‘메뚜기’생활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덜 추운” 공간을 찾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중앙도서관과 단과대 건물 내에 있는 열람실 등을 옮겨 다니는 것.이유는 정부가 전력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달 15일부터 공공기관에 에너지 사용제한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학교가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강의실이나 도서관에 몇시간 만 앉아 있어도 손발이 시렵다. 가끔은 비싼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학교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다. 도서관이나 열람실은 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 곳인 만큼 편의를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방침으로 대학가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정부가 공공기관 에너지 사용제한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대학들도 전력 피크시간에 교내 난방을 끄는 등 난방시간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학교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정부가 동계전력 비상수급기간으로 정한 지난 해 12월15일부터 전력피크시간(오전 10시∼12시, 오후 5시∼7시)에 교내 난방을 꺼 난방시간을 줄였다.
고려대는 중앙 난방 시스템을 이용해 교내 시설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고 있으며 ‘내복 입기’등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도 정부의 지침을 받고 나서 우선 시설별로 20~23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며 전력사용량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화여대 대학원 재학 중인 강모(28ㆍ여) “손난로나 핫팩을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털부츠를 신고 와도 발이 시려울 정도”라며 “지난 주까지 교내에서 하던 스터디 모임을 이번주 부터는 학교 옆 커피숍에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모(28)씨는 “밤에 나가보면 일부 기업 건물엔 사람도 없으면서 불만 밝히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문젠 해결하지도 못하고 국민들에게만 절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화여대 학내에는 ‘어머니 전 잘 있어요. 400만원 등록금을 내고 추위를 샀지만요’‘너무 추워서 손이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에, 학교가 학생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 없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방학 중에도 학생들이 이용하는 강의실, 도서관, 기숙사 등은 난방을 끄지 않고 예년과 같이 20도 이하 온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