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드라마의 시계는 60~70년대에 맞춰져 있다. 이때는 경제적으론 고도성장기, 정치적으론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대다. 물질적으론 빈곤했지만, 정신적으론 더 풍요로웠다고 여겨지는 시기다. 그로부터 반백년이 지나 소득 하위 99%의 시위가 세계 각지에서 요란한 2011년 말에, MBC는 ‘근면’ ‘성실’이 최고 덕목이던 당시로 시침을 돌려놓고 있다.
MBC는 창사 50주년 특집드라마 ‘빛과 그림자’(연출 이주환, 이상엽)를 ‘계백’ 후속작으로 오는 28일부터 방영한다.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다. 국내 최초로 엔터테이너의 삶을 살게 된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현대사를 되짚어보자는 게 기획 취지다.
김추자, 하춘화, 남진 등 당대를 주름잡은 가수들과 당시 유행하던 패션 스타일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1, 2부에선 만담가 ‘장소팔ㆍ고춘자’ 콤비를 그대로 재연해 보인다. 실제 장소팔 씨의 둘째아들 장광팔 씨가 특별 출연한다. 장 씨는 작은 키에 동그란 안경과 익살스런 걸음걸이, 말투 등 부친이 환생한 듯 똑같이 연기해 제작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마이더스’ ‘태양을 삼켜라’를 쓴 최완규 작가가 극본을 맡는다. 안재욱, 남상미, 이필모, 손담비, 전광렬, 이종원 등이 출연한다.
21일부터 방영하 는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연출 김대진, 극본 최현경)는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20대에 민주화 운동을 겪고, 고도 경제성장기에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젠 은퇴를 맞아야 하는 아버지가 극의 중심이다. 주연인 김갑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고, 그동안 일일 가족 드라마는 엄마의 얘기였는데 이번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MBC는 10여년 전 외환위기(IMF) 체제 당시에도 ‘국희’(1999년), ‘왕초’(1999년) 등 시대극을 선보여 쏠쏠한 재미를 봤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외면하고픈 시청자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내년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요즘, MBC가 다시 한 번 시대극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