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열망을 품은 도전 (2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결국 찾아오셨군, 유민그룹 공주님!”

드리프트라고 하던가? 쏜살같이 내달리던 검은 차는 순식간에 연기를 내뿜으며 급회전을 하더니 정확하게 유한솜의 발끝 앞에 정지하는 것이 아닌가. 주위가 어두웠기 때문에 애초에 흰색으로 보이던 연기는 금세 푸른색으로 변해가며 그녀의 온몸을 휘감아 오고 있었다. 고무 타는 냄새… 고막이 찢어질 듯한 금속성 굉음… 하지만 곧 이어 들려오는 권도일의 목소리는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아… 네, 나는 그냥…”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유민그룹 공주님이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지요. 자, 타세요.”

그의 목소리가 감미롭다고 느끼는 순간 덜컥 자동차 문이 열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동차 실내는 달랑 의자 두 개만 놓여있을 뿐, 뒷좌석도 뜯어낸 상태였고 마감재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철골상태 그대로였다. 겉모습이 불에 그을렸듯이 실내도 불에 홀랑 타버린 상태 그대로를 운전하는 것일까?

“실내가 누추해서 미안합니다. 원래 경주용 차는 다 이래요.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무게를 줄여야 빨리 달릴 수 있거든요?”

“그런가요? 유민그룹의 공주가 타기엔 꽤나 누추한 걸요?”

“태생은 공주시지만 이 차에 올라 탄 이상 당분간은 코-드라이버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원래 그 자리는 네비케이터 역할을 하는 자리거든요?”

“그럼 내가 길 안내를 해야 되는 건가요?”

“그렇지요. 나…권도일의 인생길을 안내하셔야지요. 하지만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몬테카를로 랠리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그나마 평탄한 인생이니까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크게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가도록 하지요. 발랑스 시내를 벗어나서 외곽으로 달리는 길이지만 생각보다 포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코너도 기껏해야 15도에서 20도를 웃도는 헤어핀 형태니까… 아, 미안…길의 굴곡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워낙 경주용어에 버릇이 되어서.”

“아니에요. 달려도 좋아요. 어차피 랠리 선수에게 몸을 맡긴 이상… 각오해야지요.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유한솜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이렇게 물었다. 어쩌면 굉장한 속도로 달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을 몇 번 크게 들이쉬어 몸을 충분히 이완시킬 요량이었던 것이다.

“내 아버님께로 갑니다.”

“네? 권 전무님… 부친께서 여기에 계세요?”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간호사와 함께 저를 찾아오셨지요. 아버님은 반신불수예요. 왜 그런지 잘 아시지요? 베트남 크루즈 선에서 직접 보셨을 테니까요.”

“잘 알아요. 죄송해요. 우리 아빠 때문에 바다에 빠져서 그렇게 되셨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죄스러워요. 그런데 어째서 이 늦은 시간에 아버님께로 가시는 거예요?”

“내 아버님께서 혹시 공주님을 만나게 되면 즉시 모셔와 달라고 했거든요? 미리 사과말씀 드릴 게 있다고요.”

“저에게요? 아버님께서 저에게 사과를?”

“왜냐하면… 내 아버님은 나를 통해서 유민회장에게 복수를 할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공주님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공주님은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요.”

복수?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의 팔에는 소름이 오싹 돋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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