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차관에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두 번째 고비는 넘지 못하고 결국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인 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9월 22일부터 계속된 이 회장의 폭로전은 이로써 55일 만에 일단락됐다.

▶억울함 풀려다 구속 =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폭로하면서도 줄곧 둘 사이의 친밀감을 드러내며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날 구속 돼 서울구치소로 향하면서도 “처음부터 대가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방점은 지난 2009년 SLS조선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을 푸는데 찍혀 있었다. 즉, 이 회장의 폭로는 양심고백이라기보단 억울함을 풀기 위한 지렛대에 가까웠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초 당시 워크아웃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발표했고 현재까지 검찰 수사를 놓고볼 때 이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단서는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사이 검찰은 지난 2009년 창원지검 수사 때 발견하지 못한 1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사실을 밝혀냈고 배임과 강제집행 면탈 혐의 등을 추가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내용은 고스란히 명예훼손 혐의로 돌아왔다.

이 회장은 자신이 구속될 경우 로비 내역을 정리한 비망록을 공개하겠다며 검찰을 압박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 회장은 예고대로 비망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비망록의 신빙성을 낮게 보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로비 의혹, 어디까지 올라가나 = 검찰이 돈을 줬다는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자연스레 시선은 돈을 받았다는 신 전 차관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신 전 차관의 집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보강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이 회장 구속으로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다.

검찰은 신 전 차관 자택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PC에서 SLS조선 직원이 작성한 회사 문건을 발견했다. 이 문건에는 워크아웃 등 SLS그룹 현안이 담겨 있으며 만들어진 지 1주일도 안돼 신 전 차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문건이 신 전 차관에 대한 청탁 정황으로 보고 건네진 금품의 대가성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신 전 차관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 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채무 강제상환을 피하려 SP해양 자산인 120억원대 선박을 대영로직스에 담보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씨를 상대로 강제집행면탈에 가담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문씨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돌연 잠적했다가 이날 자진 출석해 체포됐다. 그러나 문씨는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로비 통로의 핵심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앞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구명로비를 위해 30억원과 SLS그룹 계열사인 SP로지텍 경영권을 대영로직스로 옮겼다”고 주장하며 문씨가 로비 통로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문씨를 상대로 이 회장에게서 ‘30억+경영권’을 경위와 실제로 정권 실세에 구명 로비를 벌였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 나갈 방침이다. 문씨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금품로비는 신 전 차관을 넘어 정·관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