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 여부를 두고 기로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부분에 대해 야당이 비준안 처리에 협조할 경우 FTA발효 3개월 이내 재협상을 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에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 고민에 빠졌다. 국가 원수가 내놓을 걸 다 내놨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야권통합이라는 대의를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깜짝 제안에 흔들리는 민주당=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지도부가)햄릿도 아니고 뚜렷한 입장없이 고민만하고 있다”며 “이젠 방황을 마칠 때”라고 일침을 놓았다. 민주당은 한ㆍ미FTA 비준안 처리를 두고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강경파와 ISD 부분에 대한 조건부 처리안을 주장하는 협상파로 나눠져 있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 역시 초반에는 고심했지만 결국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서도 새로운 제안 없이는 비준안 처리에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정부 측의 ‘재협상 불가’ 방침은 민주당의 강경대응에 더욱 기름을 붓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정부의 입장과 달리 ISD 재협상을 약속하겠다는 ‘예상 밖의’ 제안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동요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미흡하다”, “달라진 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분명 이 대통령이 상당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 협상파들 역시 청와대의 변화에 고무된 분위기다. 금일 임시 의원총회에서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 지 여부를 표결에 부치진 않지만 강경파의 목소리 못지 않게 협상파들의 목소리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역시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입장변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며 “국가 원수가 국회에 방문해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신세=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제 민주당이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강경파의 기조대로 비준안 처리 불가를 고수한다면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과의 야권통합의 당위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야권공조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여론은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 몸싸움 법안 처리는 안된다는 국회 내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강경일변도로 민주당이 나갈 경우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할 처지다. 대통령 제안이 미흡하더라도 민주당 역시 합의 처리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해야할 입장이다. 중도 입장인 당내 쇄신파의 목소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손학규 대표가 중도실용이라는 본인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행보를 이어갈 경우 손 대표에 대한 기존 지지층 역시 더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손 대표가 고심을 할 것”이라며 “야권통합과 본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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