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일어나야지’하는 생각은 언제 들죠? 누워있을 때 들죠. 일어나면 그 생각이 드나요? 안들죠. 누워있으면서 ‘일어나야지’하는 생각만 계속하는게 낫겠어요? 아니면 차라리 안 일어날 바엔 자는게 낫겠어요? ‘일어나야지’하면 잠도 안와요. 잠이라도 자야죠. (청중 웃음) ‘일어나야지’ 되뇌지 말고 그냥 일어나세요...3주앞으로 다가온 취직시험 불안하다고 방황만 하실래요. 3주간 그냥 열심히 하고, 방황은 3주뒤에 하시면 되잖아요.”
청년 희망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말은 2011년 대한민국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야망의 가능성을 바늘구멍 만큼 좁혀놓은 거짓말쟁이 위정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래서 형이나 삼촌 같은 어조로 청년들을 위로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카운슬러가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캠퍼스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철수의 청춘콘서트가 그랬고,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그랬다. 안철수와 김난도가 청년들에 대한 위로, 희망심기 역할이었다면, 법륜스님은 그들의 얘기를 듣고 손쉬운 생활의 해법을 들려주는 행복상담사였다. 그의 청년멘토링 ‘방황해도 괜찮아’는 3일 연세대 즉문즉답 강연에서 꼭 1년을 맞았다. 청춘콘서트보다 5개월 빨랐다. 11일에는 포항공대에 17일엔 대구산업정보대를 찾아간다. 늦잠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전한 ‘벌떡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에는 되뇔수록 깊은 진리가 숨어있다.
‘방황해도 괜찮아’는 지난해 가을 법륜스님이 대구지역 청년들을 상대로 대구정토회 교육장에서 갈등과 고민을 들어주던 프로그램이 효시가 됐다. 이어 그해 11월2일부터 한달간 법륜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재단이 ‘시민, 시대를 묻다’라는 주제로 아카데미(교장 윤여준)을 열고 행사 말미에 진행한 ‘2030 청년세대의 사랑 정의 성공 행복 자유’ 토론회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방황해도 괜찮아’는 제대로 틀을 갖춘 멘토링 프로젝트로 자리를 잡았다.
400석가량의 연세대 법학관 강당은 빈좌석이 없고 서거나 복도에 책을 깔고 앉을 정도로 꽉 차, 오늘의 청년들이 희망에 얼마나 목말라있는지 잘 보여준다. 연단에 오른 그는 이렇게 시작했다.
“성경, 불경 읽고 교훈 얻지요. 사실 경전은 그 당시 사람들의 고민에 관한 얘기였지요. 2000년 넘은 얘기 꺼낼 것 없이, 여러분과 내가 묻고 답하는 것. 이게 경전입니다. 자, 합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10여명이 줄을 섰고, 진로,취업,사랑,우정,생활습관,성적,안철수,가족갈등,효도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진로에 대한 법륜스님의 대답은 이랬다. “나경원의원이 당선되고 싶었을까요. 아닐까요. 당선되고 싶었겠죠? 안됐죠. 세상에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는게 많아요. 안되면 포기하고 다른 일 찾는게 나아요. 교사가 되기 어렵다면 회사에 들어가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할수 있거든요. 하고싶은 것은 어느 영역에서든 늘 작용하게 돼 있어요. 무리한 도전은 중독을 일으킵니다.”
한 졸업반 남학생이 “나보다 못한 것 같은 친구는 붙는데, 나는 늘 떨어진다”고 했다. 그의 답이다. “억울하다는 건 내 생각이지 채용은 그들의 몫이니, 그들 맘에 들면 돼요. 섭섭한 마음을 없앨수는 없지만 자학은 하지는 마세요. 나도 비슷한 신분의 연사가 말을 할 때 나보다 더 박수받으면 섭섭하지요.” 이 남학생은 “스님도 박수 덜 받으면 저랑 마음이 비슷한 거죠?”라고 묻고 법륜스님이 ‘그럼요’라고 답하자 고민이 해소된 듯 활짝 웃으며 질문석을 떠났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와야 하는냐는 얘기도 거론됐다. “젊은이들 여야, 보혁에 관심없죠. 기성 정치가 비상식적이라 ‘기성’을 거부하는 마음을 분출하는 통로로 안 교수를 삼았지요.” 그는 요즘 청춘과 대화하는 카운슬러들은 ‘삶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륜스님은 성년으로서의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연수원생들이 과외를 받는 안타까운 세태”라면서 “성년이 됐음에도 부모님께 빚지고 있다는 마음, 5리를 가자 하면 10리를 가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모든 상황의 주인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애에 대해서는 “산이 좋아 가는데, 산이 날 좋다 합니까. 그냥 열심히 사랑하세요”라고 했고, 좌절에 대해서는 “골 들어가도 던지고, 안들어가도 던지는 연습처럼 편하게 인생을 살고 좌절의 근원인 욕심을 버리면 실패란 없다”고 충고했다.
어떤 학생은 속내를 꺼내놓은 것 만으로도 기뻐했고, 어떤 학생은 펑펑 울다 키득 웃기도 했다. 따끔한 충고에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 자리로 돌아와 깊은 상념에 잠긴 학생도 있었다. ‘집에 가면 또 잊을지도 모른다’면서 적어놓은 메모를 뇌까리는 학생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청춘이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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