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축구 주말리그 2년…달라진 아이들

학업·인성·운동 조화 목표

축구에 함몰된 강박증 떨쳐

넓어진 교우관계·다양한 교과

운동만 할때보다 활기 넘쳐

생각하는 힘 기른 아이들

경기서도 뛰어난 실력 눈길 “우린 달라요. 주말리그 세대엔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죠.”

요즘 초ㆍ중ㆍ고 축구 선수들은 선배 프로축구 선수 50여명이 법정에서 ‘승부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는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단 하나의 가능성을 향해 축구공만을 바라봤던 ‘다양성’의 부재, 인성 교육이나 교양 과목을 통해 정서 함양이나 윤리 의식을 체화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학교 축구부의 구태가 이처럼 안타까운 사건을 빚었다는 교육ㆍ체육계의 자성 어린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공부도 하고 인성도 갖춘 운동선수’ 육성을 위해 축구 주말리그를 시행한 지 2년이 지나면서 학교 축구부 아이들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일반 학생과 운동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축구’에만 함몰돼 모종의 강박과 소외를 느끼던 아이들의 정서가 순화되고, 일반 교과목에서 얻은 지식을 다각도로 응용하면서 ‘생각하는 축구’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 코치진의 전언이다.

특히 축구공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접하면서 선수들의 마음과 생각의 폭도 커진 점은 주말리그가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다. 방학을 맞아 더욱 다양한 교육문화활동을 향유하게 된 것도 요즘 학생 축구 선수들의 기쁨이다.

서울 보인중학교 축구부 3학년 이지용 군은 박지성 선수처럼 ‘빅리그의 영리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점심시간 직후까지 수업을 들은 뒤 하루 4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나서 방과 후 보충수업을 통해 부족한 공부량을 채우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운동에 할애하던 시간이 많던 초등학교 시절보다 활기가 넘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운동부 중심이던 교우관계의 폭이 크게 넓어졌으며, 작년 2학기 중간고사 때 85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올리는 등 반에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축구를 할 때엔 공간 패스 및 공다루기, 경기장 활용 능력이 향상되면서 ‘똑똑한 선수’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업과 인성, 운동을 조화시키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보니 운동이든, 공부든 집중력이 향상된 점도 활력을 얻는 요인이다.

이 군의 어머니 신정란 씨는 “아이가 수원 우만초등학교를 다닐 때 일일 멘토 역할을 해줬던 박지성 선수의 조언을 계기로 운동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다양한 친구를 사귀면서 축구 실력까지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성 선수가 경기나 연습을 마치고 휴식을 취할 때 늘 책을 끼고 살다시피 한다는 것은 축구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현규 인천 남동초등학교 감독은 “정상 수업을 듣고 학생으로서 모범적인 생활태도를 당부하면서 말썽 피우는 운동부라는 인식이 사라졌다”면서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축구만 따로 모아 보충수업을 해주시는 등 학교의 배려 덕분”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의 인성까지 변화된 것이다. 오직 최고 축구 선수만을 꿈꾸며 승부와 스카우트에만 신경 썼던 과거 축구 선수 양성 과정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올해 통진중학교에 진학한 김연빈(13) 군은 이 감독 휘하에서 축구 선수를 하던 남동초등학교 6학년 때 늘 최상위권 학업 성적을 유지했다. 2009, 2010년 연속 전국대회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축구 성적도 좋았다.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운동을 하는 김 군은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시험 때 틀린 부분을 체크해두는 ‘오답노트’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시험에 대비했다고 한다. 김 군 외에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학생이 많이 포함돼 있던 남동초등학교 축구부는 교내 ‘지성파(知性派)’로 통한다.

고 3이던 지난해 모교인 서울 경희고등학교를 권역리그 우승, 왕중왕전 8강으로 끌어올린 김현 군은 전 과목 1~3등급을 유지하면서 올해 서울대(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물론 지금도 축구 선수로 뛰고 있다.

대학생답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려는 그의 의도는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이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공부해온 영어는 일반 학생에 못지않은 수준이고, 누나의 도움으로 수학 실력도 쌓았다. 축구 대스타의 꿈과 함께 스포츠과학 전문가 등 제2, 제3의 길로의 성장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그는 “주말리그제를 전후해 고교 은사인 변일우 선생님께서 별도의 공부방도 만들어주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운동부 학생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은 만큼 강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순 교과부 교육복지국장은 “축구 주말리그가 2년을 지나면서 학부모와 코치진의 만족도가 50%대에서 80%대로 크게 높아져 공부하는 운동선수 풍토가 착근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면서 “학업이 운동선수에게 유익하듯, 일반 학생의 학습에 운동은 리더십 함양 등에 유용하다는 점도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운동과 학습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청소년과 국민이 모두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함영훈 선임기자ㆍ신상윤 기자/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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