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에 대한 성찰과 통제 없이는 위기의 끝은 없다. 세계경제의 위기가 금융위기, 재정위기로 포장돼 있지만 본질은 과잉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겉으로는 금융위기 이후 정상화 궤도에 접어든 듯 보인다. 하지만 안을 살펴보면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은 ‘달러 쓰나미’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헬리콥터로 돈을 뿌렸다. 돈의 힘은 주가를 밀어올렸을 뿐, 정작 미국경제는 위기 탈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9%대의 실업률이 상징하는 고용부진, 살아나지 않는 주택 관련 지표를 보면 미국경제 회복은 아직 멀었다. 유로존으로 눈길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재정위기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있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얽히고설켜 있다.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인 중국 역시, 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 ‘V’자형 회복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빼면 회복된다 해도 일본경제의 앞날에 대한 확신이 없다. 2008년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위기가 또다시 몰아닥칠 것이란 전망에 현실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경제 위기의 일상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위기의 상시화에 대한 진단은 여럿이지만 근본에는 과잉이 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덜 먹고 덜 쓰고, 욕심을 줄이지 않는 한’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중국이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금리인상 등 긴축기조를 강화, 세계경제에 주름이 되고 있다. 핵심은 돼지고기다.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4%. 돼지고기 값이 57.1%나 급등, 소비자물가 상승분 중 1.4%를 차지했다. 한파 등 이상기후 영향도 있지만 돼지를 키우는 농부의 임금이 20% 넘게 올랐고, 돼지사료에 쓰이는 옥수수 값도 10% 넘게 오른 게 큰 영향을 줬다. 돼지고기를 라면 찍듯 곧바로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게 먹어 수요를 줄여야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지구는 17억명을 먹여살릴 여력밖에 없는데 인구는 60억명이다. 덜 먹어야 균형이 맞는다. 유럽 위기 국면에서 관심권 밖이지만 벨기에는 지난 14일로 ‘정부 없는 국가’ 1년을 맞았다. 무정부 국가로는 당연히 세계 신기록이다. 임시관리 내각 체제인 벨기에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등급 전망을 낮췄다. 국가부채를 줄여나갈 중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 없다는 게 등급 하향 경고의 이유다. 벨기에는 언어권이 다른 군소정당 난립 속에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왕도 손을 들었다. 터널 속에 갇혀 있는데도 서로 자신의 욕심만 주장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유로존 위기를 재정과 부채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로 보는 시각도 많다. 유로존 재정위기 역시 국가와 개인이 빚을 끌어들이면서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신흥국이 선진국에 다가서는 현상을 ‘위대한 수렴(Great convergency)’라고 표현했다. 이는 곧 고급식품과 육류의 소비 증가, 물가 상승,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가와 성장을 다치지 않고 세계경제가 ‘위대한 쪽’으로 진보하기는 어렵다. 과잉을 포기하지 않고는 답이 별로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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