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착한 드라마’로 불리며 주목받는 주말 드라마 두 편이 있다. KBS2 ‘참 좋은 시절’과 SBS ‘엔젤아이즈’다. 두 드라마는 전혀 다른 소재와 스토리를 다루지만,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치유하고 있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점이다.
‘참 좋은 시절’은 가난했고, 가난 때문에 서러웠던 한 소년이 검사가 돼 돌아온 고향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가고 있다. 15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달라진 게 없다. 어린시절 소년을 괴롭혔던 가난은 지방 소도시라는 공간 안에 묻혀 시간이 흐른 현재에도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에게 지속된다. 어머니(윤여정 분, 장소심)는 여전히 부잣집의 식모였던 것처럼 허리를 굽히고, 한 때의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은 장소심과 가족을 하대하기 일쑤다. 검사가 돼 돌아온 소년(이서진 분, 강동석)은 이 마을의 작은 불합리에 숨이 막지만 그가 어린시절의 정서를 찾아가는 것은 가족이 한 자리에 머물렀기에 가능하다.
천하의 호색한인 남편 때문에 여러 자식 거두고 사는 것도 모자라 후처까지 가족으로 보듬고, 병든 시아버지를 내내 수발하는 엄마 장소심(윤여정 분), 할 줄 아는 건 주먹질 밖에 없지만 누구보다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의리파 막내 강동희(옥택연 분), 아이들보다 더 순수한 얼굴로 일곱 살 시절에 머무른 쌍둥이 누나 강동옥(김지호 분), 꿈은 딴따라ㆍ능력은 미지수, 그래도 가족만큼은 끔찍히 여기는 따뜻한 큰 형 강동탁(류승수 분). 복잡다단한 가정사만큼이나 인물색도 다채롭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그들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의 어깨를 보듬고 있다.
‘엔젤 아이즈’는 12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멜로드라마다. 터널사고로 시력을 잃은 수완(구혜선 분)은 사고 당시 순직한 구급대원의 아들 동주(이상윤 분)와 풋사랑을 키웠다. 어느날 동주 어머니는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병원장인 수완의 아버지는 각막기증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의사로서의 의무를 저버린다. 수완은 빛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던 12년 전을 잊지 못한다. 첫사랑의 기억 이전에 수완에게 또 다른 ‘엄마’로 남아있는 동주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다. 동주 어머니는 처음 만나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딸처럼 대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소녀라는 편견도 없었다. 반찬 놓인 순서를 일러주고, 음식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수완에게 그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알려주는 모습은 수완 아버지가 보여주는 사랑과는 대조적이다.
두 편의 드라마가 보여주는 ‘치유의 과정’은 질문에서 나온다. 시간이 멈춰선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방식을 통해, 장애를 가졌던 소녀에게 편견없이 대하는 어른을 통해 가족,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모든 비극의 시작이자 분노와 절망의 제공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는 어떤 부모가, 어떤 어른이 되겠냐는 질문이며, ‘사람이 가치’는 어디에 있냐는 물음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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