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날개에 숨긴 칼 (6)
글 채 희 문 /그림 유현숙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이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요즘, 흔히들 깃발부대라고 일컫는 패키지여행을 떠나보면 특히 이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일행 중에 나이 60을 넘긴 사람들, 소위 6학년이 끼어 있으면 나머지 일행들은 눈살부터 찌푸린다고 한다.
‘우리가 경로당에 자원봉사 하러 온 줄 알아?’
이런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젊은이들 틈에서 6학년생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여행을 하게 된다. 행여 뒤처질까봐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도 단축시켜가며 깃발을 따라다녀야 한다. 원래 6학년쯤 되면 괄약근이 부실해지고 전립선이 부어서 오줌 끝이 길어지게 마련이건만,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고 급히 화장실을 나서다 보면 뒤늦게 질질 새어나온 오줌으로 인해 바지 앞섶이 축축해지더라는 것이다.
‘노인네들이 소변 본 후에 어째서 그걸 오랫동안 털고 있는지… 늬들이 알기나 해?’
탤런트 신구 선생이 출연한 광고에서처럼 ‘늬들이 게 맛을 알아?’ 하는 표정으로 젊은이들을 빤히 올려다보곤 하지만, 역시 서러운 건 6학년생들 자신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들 모두 5학년, 6학년이 되기 전에 용돈에서 30%씩 떼어내서 계라도 들었다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해야 할 판이다.
어쨌든 유호성과 김지선은 즉석에서 계약금 100만원을 쏘아주고 사랑의 무인도 2박 3일 여행을 예약했다. 그들은 전립선이 퉁퉁 부어있거나 혹은 요실금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아니었으므로 예약이 이루어지자마자 무박 3일의 일정표를 짜기 시작했다. 무박 3일, 젊은 남녀가 사흘 동안 여행을 떠나는데 2박이 웬 말이냐는 뜻이었다.
“오빠와 둘이서 옷을 훌훌 벗고 섬을 누빌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요. 풀밭에 알몸으로 누워서 별을 보며 밤을 지새우게 되다니….”
“정말… 폼 나는 영화장면 같을 거야.”
“그런데 고민이 하나 있어요. 혹시 벗은 몸 위로 벌레가 꼬이면 어떡하지요? 개미, 노래기, 지네… 어머, 벌써부터 소름이 돋아. 나는 벌레라면 질색인데….”
“밤마다 나무 사이에 그물해먹을 걸고 누워 있으면 되지.”
“맞아요. 그러면 되겠네.”
“하지만 그물해먹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용을 쓸 때마다 그물 틈으로 무릎이나 팔꿈치가 쑥쑥 빠질 텐데 무슨 수로 하지?”
“어머… 짐승!”
이 세상 남자들은 여자를 꼬여내어 옷을 벗기기 위해서 여자에게 비싼 옷을 사 입힌다. 물론 이 세상 여자들도 남자에 의해 옷이 벗겨지길 꿈꾸며 옷을 챙겨 입고 화장을 할 것이다.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그러나 유호성과 김지선은 무인도로 사랑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이미 옷이나 화장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모름지기 짐승 본연의 자세로 귀의하는 순간이기 때문일까?
“짐승이라니, 에덴동산에 머물던 아담이지!”
인간은 옷으로 지위를 나타낸다. 만인은 평등하다고 떠들면서도 남보다 비싸고 우아한 옷을 걸침으로써 불평등을 자초한다. 그러나 옷을 벗어도 마찬가지. 오히려 원초적인 육신의 생김새로써 지위를 가늠하려 할 것이다. 사자가 갈기를 자랑하고, 닭이 벼슬을 뽐내듯 어쩌면 가랑이 사이에 늘어진 지겟작대기의 크기, 혹은 수박처럼 열린 젖가슴의 크기로 우열을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같은 종끼리 비교가 이루어지는 한 평등이란 말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차라리 짐승이 좋아요. 거칠고 야만적인 짐승!”
그러나 비교대상 없이 혼자만 있게 될 경우엔 존재 자체가 존엄해지게 된다. 지겟작대기가 크든 작든, 가슴에 수박이 열렸든 대추가 열렸든, 재벌이든 아니든… 둘밖에 없는 무인도에선 아무런 거리낌이 없게 된다. 김지선은 바로 그 점을 간파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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